![Photo Image](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15/07/08/article_08150540243273.png)
흥미롭지만 어쩌면 뻔한 뉴스를 봤다. 애플이 자신들의 제품 포장 요구사항을 지킨 액세서리 제조업체만 소매점 납품을 허용할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 애플은 액세서리 제조업체에 제품 포장시 맥이나 아이폰 포장과 똑같은 흰색의 고품질 포장재를 쓰는 것을 물론 단순한 폰트와 더 선명한 이미지를 사용하라는 등 깐
깐한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외신들은 당장 다음주 애플 스토어 매장에서 다수의 액세서리 제품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할 정도였다. 워낙 잘 알려진 이야기라 굳이 지적하기도 뭐하지만, 사실 애플의 성공 비결은 기술력이나 선견지명, UI 보다는 디자인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면 국내 유수의 브랜드를 비롯, 나머지 업체들이 애플을 쉽게 넘어서지 못하는 게 이 점 때문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물론 사업 주체들이 이 점을 간과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게다가 디자인이라는 게, 그 것도 아이덴티티와 히스토리를 가진 디자인이라는 게 하루 아침에 나오는 것도 아니니 말처럼 쉬운 일은 분명 아니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디자인이란 업체가 생각하는 것 보다 비중이 더 클지도 모른다. 자신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듀얼코어인지 쿼드코어인지, 메모리는 얼마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 몇 %나 되겠는가. 요즘 나오는 폰의 사양이라는 게 큰 차이가 없어 보이고 대부분 생김새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할 정도 아닌가.
이미 수십년전부터 가전업계를 지배하던 주요 키워드는 ‘백색가전’이라는 용어였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20여년전부터 내세운 원칙이 ‘하드(Hard)한 것은 소프트(Soft)하게, 소프트한 것은 하드하게 하자’라는 것이다. 상기한 것처럼 사양을 따지는 분야에서는 최대한 디자인이나 감성적인 면을 마케팅의 전면에 내세우려고 했고, 반대로 콘텐츠처럼 감성에 의지하는 분야에서는 차트(순위)나 기록 등을 도입해 직관력을 만들어주는 방법이다.
필자가 기자 시절 도입했던 검색어 순위도 그런 맥락에서였다. 네이버나 다음을 비롯해 비롯해 엠파스, 라이코스 등이 검색 포털 선두권이었던 그 때만 하더라도 각업체들은 검색 엔진의 정확도와 속도만을 장점으로 부각시켰다. 검색어 업체 수 곳에 주간 검색어 데이터를 요구했고, 그 중 가장 적극적으로 응해준 곳이 네이버였다. 결국 일주일에 한 번 ‘네이버 검색어 순위’가 신문에 게재됐다.
이후는 주간에서 일간, 일간에서 실시간으로 변하며 현재의 네이버 검색 순위가 자리잡았고, 이는 뉴스 서비스와 연동되며 큰 파괴력을 낳았다. 하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요즘 들어 이 점에 대해 개인적으로 느끼는 점이 더 많아졌다. 나 역시도 상기한 제품들처럼 `남들에게 보여주는 상품`이라고 생각한다면? 요즘들어 중년 남성들의 사고방식이 많이 바뀐 것을 느낀다. 커리어나 실적만큼이나 남에게 자신을 보여주는 것에 신경쓰는 점이다. 여기에 대해서도 이미 숱한 연구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안다.
‘잘 생기고 예쁜 사람들이 더 성공한다’라는. 수백명 면접을 본 입장에서도 이건 무시 못할 팩트인 것 같다. 물론 인간의 디자인이란 게 물건처럼 바꾸긴 어렵다. 하지만 딱히 내세울만한 경력이 없다면, 빛이라도 좋아야 착각이라도 일으키지 않을까.
필자소개/ 전동희
게임펍(game pub) 전무(cancell@naver.com). 신문기자로 시작해 주간지, 웹진, 방송, 인터넷, 게임사업까지 거친 ‘TFT 전문 저니맨(journey man)’. CJ 미디어 게임채널, 그래텍(곰TV) 등에서 근무했다. SF소설과 록음악, 스포츠 마니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