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례적으로 공동 해명자료를 8일 배포했다. ‘단말기유통법으로 모두가 피해를 입었다’는 비판에 대한 정부 답변이 담겼다. 장문의 자료에는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이 묻어났다.
◇팬택이 단통법 때문에 부도?
정부에 따르면 팬택은 단말기유통법 훨씬 이전부터 경영위기를 맞았다. 2011년 1차 워크아웃 졸업 이후 6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 2차 워크아웃 작업에 돌입했다. 7월에는 아예 공장가동을 중단할 정도로 사정이 악화됐다. 3~4년 이상 누적된 부실경영이 한계를 맞은 시점이 공교롭게도 단말기유통법 시행 시점과 맞물렸을 뿐이라는 의미다.
애플 선전도 한 제품씩 내다가 두 개(아이폰6·아이폰6 플러스)를 한꺼번에 출시한 덕분에 나타난 전 세계적 현상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보조금(공시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하면 판매량을 늘릴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 일시적 방편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출고가 인하 등 근본적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 국민이 호갱이 됐다?
정부가 가장 답답해하는 게 ‘전 국민 호갱’이라는 표현이다. 이 표현에는 ‘보조금 상한제를 실시함으로써 휴대폰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막았다’는 비판이 들어있다.
정부는 ‘지원금공시제’ 효과를 강조한다. 예전에는 정보력이 강한 소수만 휴대폰을 싸게 사고 나머지는 ‘호갱’이었지만 지원금공시제가 도입된 이후 정보력이 부족한 사람도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사각지대에 있던 기기변경, 중저가요금제 가입자도 번호이동이나 고가요금제 가입자와 동등한 혜택을 받게 됐다. 지금 나오는 불만은 기존에 공짜로 고가 휴대폰을 구입하다시피 한 일부 소비자가 보조금을 많이 받을 수 없게 되면서 제기하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가입유형별 차별을 없애면서 기기변경 가입자 비중은 지난해 1~9월 평균 26.2%에서 지난 6월 50.6%로 급증했다. 번호이동은 같은 기간 38.9%에서 23.8%로 크게 줄었다. 6만원대 이상 고가요금제 가입비중 역시 지난해 9월 37.2%에서 올 6월 9.5%로 뚝 떨어졌다.
◇통신사 배만 불렸다?
단말기유통법이 통신사 배만 불렸다는 주장에 대해 정부는 ‘정확한 팩트’에 기반한 이성적 판단을 강조했다. 올해 1분기 ‘통신3사 영업이익이 100% 늘었다’는 주장의 근거는 지난해 1분기 3871억원이던 3사 영업이익이 올해는 7822억원으로 급증한 데에 있다. 지난해 1분기는 극심한 마케팅 전쟁이 벌어져 영업이익이 평소보다 급감한 시기여서 직접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고 정부는 판단했다. 비교 시기를 2012년 1분기(1조721억원)로 잡으면 영업이익이 오히려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수익 핵심 지표인 가입자1인당 평균수익(ARPU)은 2012년 증가하기 시작해 지난해 4분기 3만6429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올해 1분기 3만5635원으로 첫 감소세를 기록했다.
류제명 미래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5월 중 이통3사가 순차적으로 도입한 데이터중심요금제 효과가 2분기 실적에 반영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LTE 가입자 증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동통신 정책 효과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