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체제가 지난달 30일로 출범 1년을 맞았다.
지난주 기념행사를 치르긴 했으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탓에 연간성과보고서 발간 보고회와 이사장 간담회로 대신했다.
한 돌을 맞았지만, 분위기는 내내 가라앉았고 무거웠다고 주위에서는 전했다.
이상천 이사장은 지난 1년을 ‘코뿔소처럼’ 앞만 보고 달려왔다. 좌우를 돌아볼 겨를도 없었다. 7년여를 끌어왔던 정부출연연구기관 혁신과 새로이 출범한 단일 연구회 체제 안착이 시급했다.
이 이사장은 부임하자마자 현장 목소리에 귀를 귀울인 건 사실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출연연 간담회도 산하 25개 기관마다 두 번씩 열었다. 현장에선 무엇을 이렇게 해달라고 주문하기보다는 무슨 도움과 지원이 필요한지 묻고, 고민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너무 앞서간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과가 신통했느냐는 지적이다. 설득이 다소 부족했던 탓이다. 때론 독일 철의여제 메르켈 총리가 했던 것처럼 끝장 토론이 필요할 때도 있다.
실적 부분에선 표시가 났다. 매년 100억원이 투입되는 국가·사회적 이슈 해결형 융합연구단 2개를 만들었다. 올해 말까지 실용화타입과 미래국가선도형 융합연구단을 각각 4개씩 모두 8개 더 만든다.
연구장비 중복구입 문제도 해결할 시스템을 구축해 놨다. 과제비가 3000만원 이상이면, 의무적으로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에 등록해야 한다. 장비활용촉진협의회를 구성해 장비 공동 활용도 독려 중이다.
연구자 10명 가운데 9명이 장비를 공동활용하게 되면 연구비 1조원가량은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연구자들의 잡무를 걷어낼 ‘행정 간소화’작업도 성과로 손에 꼽을 수 있다.
일부에서는 성과보다 기관 내부 목소리가 싸늘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소통의 철학이 아쉬운 대목이다. 일은 늘 한 만큼 표시나게 돼 있다.
이제 한발 더 내디딜 때가 됐다. 파격적인 성과는 ‘파괴적인 혁신’ 없이는 얻기 힘들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건 만고의 진리다.
핸드폰을 만들던 모토로라와 노키아가 그랬다. 카메라와 필름으로 세계시장을 호령하던 코닥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무장한 애플이나 구글 등이 차지하는 걸 모두가 봤다.
연구회가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변하려는 노력과 함께 몇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힘과 돈, 일을 할 인력을 밀어주는 일이다. 출연연이 잘되려면 연구회가 자율적으로 일할 권한과 막강한 예산 집행력을 갖춰야 한다. 업무량에 비해 일할 사람은 턱없이 모자라 늘 허덕인다.
정부도 연구회를 지시 대상이 아니라 지원 대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행정 효율을 꾀할 업무보고 체계 일원화는 말할 것도 없다. 주문과 지침이 부서마다 다르고, 보고체계가 제각각이라면 일선현장에선 답답한 일일 것이다.
엊그제 전화했던 출연연 기관장 하소연이 앞으로 정부와 연구회, 출연연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얘기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요. 임금피크제는 노조에 막혀 있고, 예산집행과 인력선발은 재량권이 없습니다. 연구원들은 3년만 버티면 된다며 움직이지 않아요. 이렇게 가면 망한다며 바꾸라고 얘기해도 소용없어요. 일할 맛 정말 안 납니다.”
박희범 전국취재팀장 hb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