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환율 변동에 따른 수익성 악화, 중국 등 신흥 시장 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해외 현지 전략 모델과 친환경차 개발 투자를 계획대로 집행한다. 현대차그룹 연구개발(R&D) 예산은 2018년까지 32조원에 이른다.

권문식 현대·기아차 부회장(연구개발본부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현대·기아차는 (경영 환경이) 어려울수록 연구개발 투자에 집중해 왔다”며 “당초 예정된 중장기 투자 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초 부회장 승진 이후 권문식 본부장이 국내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처음이다. 권 부회장은 현대·기아차 중장기 연구개발 투자 관리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 연구개발 능력을 제고한다는 차원에서 전진 배치됐다. 권 부회장은 차세대 스마트카 기술과 파워트레인 효율 향상 등을 포함한 원천 기술 연구개발을 총괄한다.
권 부회장은 연구개발 최우선 과제로 해외 현지 전략 차종 개발을 첫손에 꼽았다. 권 부회장은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를 포함한 미래 기술에도 주력하지만, 최우선적으로 해외 전략 모델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지역과 소비자별로 세분화된 고객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한 현지 전략 모델 판매 비중이 25%를 넘는다. 현대·기아차가 세계 시장에서 판매하는 차량 넉 대 중 한 대는 현지 전략 모델인 셈이다. 소형 SUV와 친환경차 개발 등 지역별로 다변화된 수요와 각국 정부 규제에 대응하는 것도 연구개발 투자가 급증하는 배경이다.
현대·기아차는 2018년까지 전기동력차와 수소연료전지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연구개발에 11조3000억원, 자율주행 및 스마트카 기술 개발에 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여기에 연구개발 관련 시설 투자와 그룹 계열사를 모두 합한 연구개발 투자는 향후 4년간 31조6000억원에 달한다.
권 부회장은 “내연기관 효율 향상을 위한 각종 소재 개발과 차량 경량화도 중요한 과제”라며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820만대) 달성은 물론이고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과 고급 연구 인력 확보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