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이공계 경단녀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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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1980년대 전자·기계에 특화된 공대 출신 인력이 기업에서 주요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제조업 중심 한국 산업 구조에서 가장 수요가 큰 분야는 전자·기계 분야다.

그럼에도 전자·기계 분야 여성 인력은 여전히 미미하다. 공대에 입학하는 여학생 상당수는 컴퓨터·건축·화공을 전공한다. 전기전자나 기계를 공부하는 여학생은 극히 소수다. 많은 여학생이 산업계 진출이 용이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바이오 전공을 택하는 게 현실이다. 자연스레 이공계 여성의 산업체 근무가 미미하고, 실태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학부만 졸업하면 자연계와 공학 전공자가 사회에 공헌할 길이 별반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석·박사급은 다르다. 공학 전공자는 학계·연구소보다는 산업 현장에서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것이 전공을 제대로 살리는 길이다. 나아가 국가와 국민에 이바지하는 길이다.

하지만 여성이 고급 산업인력으로 자리 잡기란 쉽지 않다. 여성 산업인력은 결혼·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이 일반 직장 여성에 비해 심각하다.

통상적으로 여성 세대별 취업률은 M자 모양을 띤다. 일반 여성은 어느 정도 육아에서 자유로워지면 재취업이 늘어난다. 공학 전공 여성 세대별 취업률은 L자 형태다. 한번 직장을 떠나면 재취업이 어렵다. 산업 현장은 기술변화 속도가 빠르다. 재취업했을 때 기술 추세를 따라잡고 적응하기 힘들다.

여성 재취업 인식 조사에 따르면 여성은 자기 실력이 맡은 일을 제대로 수행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남성보다 강하다. 대다수 여성은 남성에 비해 심리적 자신감이 부족하다. 실력에 비해 도전의식이 모자란 편이다. 직장 분위기가 여성을 반기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재취업과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재취업을 원하는 대부분 여성은 자기 자리로 되돌아가려는 성향이 있다. 과거 경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융합 분야로 재도전하는 것이 재취업에 용이하다. 2년 이상 장기 단절된 때에는 새 일자리가 발생하는 융합 분야로 가는 것이 필수다.

산업체 여성을 재교육시키다 보면 공통적으로 여러 전문 지식 중에서 최신 응용프로그램 교육을 원한다. 정보통신기술(ICT) 발전과 현장 업무 시스템화에 대처하고 새 일자리를 추구하는 욕구가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전통적인 소프트웨어(SW) 프로그래밍 분야에서는 여성 비중이 줄고 있다. 반면에 제조 현장에 도입된 응용SW나 SW 테스팅 분야에서는 여성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재취업 여성이 정부가 ‘제조업 혁신 3.0’ 전략으로 추진하는 스마트공장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ICT 접목 부문을 담당한다면 이상적이다.

더불어 이공계 출신 ‘경단녀(경력단절여성)’는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지원시스템 전문요원이나 특허분석 등 전문 기술서비스 직종으로 진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여성 경력단절 문제 근본 처방은 경단녀를 사회로 복귀시키는 것이 아니다. 애초 경력단절 없이 출산·육아에 숨 고르면서 경력을 이어가는 사회와 직장 분위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은 최고경영자 결단이 우수 여성 인력 확보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최근 정부 거점 어린이집 제도는 자녀를 둔 여성이 안심하고 일에 몰입하도록 돕는 좋은 방안이다. 이러한 제도를 더 많은 사업장이 도입하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요즘은 남녀 맞벌이가 대세다. 남성의 결혼상대 선택에도 여성 취업여부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모든 일에서 남녀 역할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가정 수입원도 남성이 혼자 담당해서는 여유로운 생활이 어렵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반드시 필요해졌다. 결국 여성 경력단절 문제는 여성과 남성이 함께 풀어야 할 공동 과제로 부상했다. 경력단절 이공학 여성의 산업 일자리 재도전은 여성만의 일이 아니다.

송정희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장 jungjee.song@witec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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