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통신 결합시장 경쟁상황 평가를 내년부터 실시한다. 지금까지 방송과 통신시장을 분리한 경쟁상황 평가가 융합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방통 결합시장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되면서 방송-통신 간 결합상품 논란이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방송통신위원회는 2016년도 예산안에 방송·통신 결합시장 경쟁상황 평가 예산을 포함시켰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송과 통신 결합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결합시장을 체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매년 수행하는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관련 예산을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상황 평가는 활발한 경쟁으로 관련 시장이 본래 효율성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거시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이다. 방송시장은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시장은 미래창조과학부 주관으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매년 평가한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근거와 정도를 결정하는 명분을 제공한다.
비판론도 있다. 방송과 통신을 따로 평가하니 두 산업 간 결합 양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결합시장 평가 항목이 들어 있지만 단편적이고 지엽적인 수준에 그쳐 시장 갈등을 조정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유료방송과 초고속인터넷 결합상품 가입자는 2011년 648만명에서 지난해 1150만명으로 급증했다. 한국미디어패널 조사에 따르면 방송결합상품 가입자 중 이동전화 포함 가입자 비중은 2011년 11.5%에서 지난해 36.5%로 늘었다.
이기주 방통위 상임위원은 “방통위에서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 시 부분적으로 실시했던 방통 결합시장 평가를 체계적이고 심층적으로 해야 한다”며 “우선 시장을 획정하고 결합판매에 따른 공정경쟁 저해효과 등을 면밀히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미래부 통신 경쟁상황 평가 데이터를 공유하거나 활용하는 방법으로 결합 경쟁상황평가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방통 결합시장 경쟁상황 평가는 객관적 근거가 부족해 소모적 논란을 되풀이하고 있는 결합시장 참여자 간 갈등을 봉합하는 데 지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결합시장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시장지배력 전이’ 문제에 아무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동통신시장 지배력이 통신을 넘어 방송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객관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윤두현 케이블TV협회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결합상품 기자간담회에서 “이용자 혜택 강화를 위해서는 결합상품 판매를 장려해야 하지만 강자가 시장을 독식하게 되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며 “정부가 의지를 갖고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방통 결합시장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