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찻잔 속 태풍` 애플워치가 몰고온 산업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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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가 오는 26일 2차 출시를 앞뒀다. 지난 4월 미국 등 9개 국가에서 처음 출시된 지 두 달 만이다. 중간 평가는 나쁘지 않다. 애플워치가 산업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지난해 9월 ‘아이폰6’와 함께 애플워치가 처음 공개될 당시 소비자 관심은 높았다. 하지만 알려진 정보는 일부분에 불과했고 실제 판매 시기도 몇 개월 뒤로 정해졌다. 시장에 쏟아져 나온 전망치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보여줬다. 올해 초 애플이 신제품 애플워치를 공식 소개하자 기대는 초기보다 더 줄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가격과 다른 스마트워치와 별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기능 때문이었다.

애플워치가 출시된 지 석 달가량 지난 지금, 애플워치 기대감은 다시 높아지는 추세다. 기기 판매량보다도 시계, 패션 등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위스 시계 산업 위협하는 애플워치

스위스 시계 산업은 유명한 고가 명품 브랜드뿐만 아니라 중저가 시계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자랑한다. 스위스는 세계 시계 산업 중심지다. 최근 스위스 시계산업협회는 지난 4월과 5월 사이 스위스 시계 수출이 9%가량 급감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지난 2009년 미국발 경제위기 때보다 더 나쁜 실적이다.

전체적 실적 악화에는 스위스프랑 환율 강세나 휴일에 따른 영업일 감소 등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쳤다. 애플워치 출시도 원인으로 꼽힌다. 애플워치 사전주문이 시작된 4월 스위스 시계 수출이 동반 감소했다는 점이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는 해석이다. 미국과 홍콩으로의 수출은 각각 14%, 34% 급락했다.

파트리크 슈벤디만 스위스 주에르커 칸토날방크 분석가는 “애플워치로 인해 미국에 수출되는 중저가 스위스 손목시계가 타격을 입었다”며 “지난해 6%를 기록했던 미국 시장 성장률도 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워치 출시를 앞두고 이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던 스위스 시계 업계도 스마트워치 개발에 뛰어들었다. 애플워치를 촉매제로 시장이 본격 성장하고 있는 손목형 웨어러블 기기와 직접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태그호이어 등 시계 브랜드는 스마트워치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일부 제품은 애플워치와도 경쟁 가격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호이어는 ‘카레라 웨어러블 01’을 하반기 1400달러에 출시할 계획이다. 스테인리스 애플워치 상위 모델(1099달러)과 비슷한 가격대다.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 화두 던진 애플

애플워치는 전혀 새로운 종류 기기가 아님에도 지난해 나온 안드로이드 스마트워치 전체 판매량을 뛰어넘을 만큼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애플 공식 판매량이 발표되지 않은 가운데 업계는 각각 애플워치 판매량을 추산하고 있다. 슬라이스 인텔리전스는 이달 미국 내 애플워치 누적 판매량이 280만대라고 밝혔다. IDC는 올해 전체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애플워치 점유율이 3분의 2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판매량은 2100만대로 예상됐다.

시장에서는 애플이 판매량뿐만 아니라 스마트워치 가치를 재해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별도 기기가 아닌 이용자 가장 가까이 위치하며 미래 IT 생활환경을 조작할 수 있는 허브 가능성을 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애플워치는 별도 기능보다는 아이폰 연장선상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점차 이 연결은 아이폰에서 조명 등 스마트홈 기기로, 더 나아가 자동차로 생태계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등장할 스마트워치도 이 연장선상에서 기기 자체의 고민과 동시에 각자 생태계 구축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금까지 IT 기기와는 다른 소비자 접근 방법도 업계가 고민할 거리다. 초기 애플은 애플워치를 스마트워치가 아닌 시계로 소개했다. 기능을 강조한 기계라는 인식보다 패션 액세서리에 기능이 부가적으로 있는 것 같은 접근을 시도한 것이다. 애플이 패션 브랜드 버버리 출신 앤젤라 아렌츠 수석부사장 등 패션계 인사를 대거 영입할 때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효과가 애플의 디자인을 만나 시너지를 내 IT 시장에 새로운 접근방법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