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표절 논란
신경숙의 단편 ’전설’ 일부가 일본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김후란 번역)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소설가이자 시인인 이응준씨에 의해 제기됐다.
그러나 과거 1999~2000년 표절 논란은 이번에 이응준씨가 제기한 ‘전설’이 아닌 다른 작품들의 표절논란이다. 1999년 계간 문학동네 여름호에 실린 신씨의 소설 ‘딸기밭’의 한 구절이 재미 유학생 안승준의 유고집 ‘살아는 있는 것이오’의 서문에 실린 아버지의 편지글과 같다는 사실이 보도돼 논란이 됐다. 또 문학평론가 박철화씨는 ‘작가세계’ 1999년 가을호에 신씨의 장편 ‘기차는 7시에 떠나네’와 단편 ‘작별인사’가 각각 프랑스 작가 파트릭 모디아노와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를 표절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당시 신씨는 “유족에 누를 끼칠까봐 유고집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고 해명했고 표절에 대해서는 모두 강하게 부인했다.
또 공개적으로 문제된 적은 없지만 신씨의 출세작 ‘풍금이 있던 자리’와 ‘해변의 의자’ 제목을 엄승화 시인의 시(‘풍금을 놓아 두었던 그 자리’, ‘해변의 의자’)에서 가져와 당시 시인들 사이에서 말이 많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이씨가 표절이라고 문제삼은 부분은 우연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4개 문장이 거의 비슷하다.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 부분은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와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이고 신씨의 ‘전설’은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중략)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아무도 자기 이름을 걸고 문제제기하지 않았다는 게 이씨의 지적이다.
김현욱 기자 lif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