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 모임에서 ‘스마트워치’가 화두가 됐다. 몇몇은 이미 스마트폰 앱과 동기화해 건강 관리용으로 쓰고 있었다. 컴퓨터가 손목시계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 실감났다. 변혁이다. 그 변혁 중심에는 ‘소프트웨어(SW)’가 있다.
기업에서도 SW 기술을 이용해 정보기술(IT) 인프라의 물리적 장벽을 허물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SW 정의 스토리지(Software-Defined Storage)부터 SW 정의 네트워크(Software-Defined Network), SW 정의 인프라(Software-Defined Infrastructure) 등 ‘SDX’ 열풍이 거세다.
SW 정의 기술은 정보획득과 처리 과정을 빠르고 단순하게 한다. 민첩하고 유연한 IT를 실현해 낸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제대로 활용하면 수시로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춰 더 빠르게 혁신하고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 기업이 SW 정의 기술을 앞다퉈 도입하는 이유다.
하지만 SW 하나로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모든 상황을 충족시키는 ‘원 솔루션(One Solution)’이란 세상에 없다. 사업목표와 규모, 기업 성격, 기구축한 하드웨어(HW)와 SW 조합, 새로 도입할 제품과의 호환성, 향후 데이터 변환 및 이동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무수히 많다.
SW 정의 스토리지를 구현하려면 여러 가지를 살펴야 한다. 먼저 스토리지 HW 규격은 기업 규모와 예산에 따라 달라진다. 처리 및 백업해야 할 데이터가 많은 대기업은 고성능·대용량 스토리지를 요구한다. 중견 기업도 상황과 용도에 따라 필요한 스펙이 천차만별이다. 이미 운영 중인 스토리지는 이기종 제품들로 뒤섞여 있고, 일부는 가상화 기능을 지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듯 복잡한 스토리지 환경을 단일 SW로 통합 관리 및 운용한다는 것은 단꿈에 지나지 않는다.
SW 정의 기술을 실현하려면 ‘3A’를 따져봐야 한다. ‘자동화(Automate)’ ‘접근성(Access)’ ‘추상화(Abstract)’다. ‘자동화’는 SW를 활용해 운영을 단순화하는 것으로, 애플리케이션 인지형 솔루션이 워크로드를 자동화해 비용과 복잡성은 절감한다. 역할 기반 접근관리 등의 보호장치를 갖추면 사용자별로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안도 향상시킬 수 있다. ‘접근성’은 빅데이터 시대 필수요소다. 기업 내부에는 수많은 종류의 방대한 데이터가 서로 다른 저장소에 분산돼 있는 때가 많다. 이를 효율적으로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로부터 가치를 도출해낼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에 SW 수준의 접근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가상화 기술을 함께 적용하면 폭증하는 데이터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추상화’는 다양한 HW의 물리적인 차이를 SW적으로 변환해 호환되도록 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추상화를 통해 IT의 유연함을 개선할 수 있다. 모든 규모의 인프라 모델을 아울러 수용할 수 있는지가 관건으로, 전체를 아우르는 SW를 통해 서로 다른 시스템 간의 호환성을 완벽하게 유지할 수 있다.
3A를 확보하면 기존 IT 자산과의 연동 및 통합도 수월해진다. 향후 새롭게 적용할 기술의 연결지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오픈소스 등 최신 트렌드를 수용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다. HW 규격이 서로 달라도 3A를 실현하는 HW 및 SW가 동일한 코드를 공유하면 중소규모 기업 환경에서 하이엔드급 고급 기능을 구현할 수도 있다.
이제 더 이상 HW와 SW 구분은 무의미하다. 둘 중 어느 하나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도 없다. SW 정의 기술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3A가 준비됐는지 충분히 검토하고, 착실한 준비 과정을 거칠 때야 비로소 ‘진정한’ SW 정의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전홍균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대표이사 hkchun@hyo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