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타치·후지쯔 등 일본 업체가 주도하는 지정맥 인식시스템 시장에서 국내 한 중소기업이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손가락 끝 부분에 있는 지정맥은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인식률이 높아 가장 안전하고 편리한 생체인증으로 꼽히고 있다.
코리센(대표 오석언)은 최근 지정맥 인식시스템을 개발하고 한국원자력연구소와 부산대학교 병원, 순천향대학 부속병원 등에 잇달아 적용했다.
지정맥 인식시스템은 근적외선으로 손가락 내부 혈관 패턴을 촬영, 본인 여부를 식별한다. 혈관 속 산소가 빛을 흡수하는 원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위변조 자체가 불가능하다. 손가락에 이물질이 묻어도 상관없다. 회사 측은 지정맥은 유사 패턴이 1억명에 한 명 꼴 정도로 개인화돼 있고 손가락 내부 혈관이라 패턴을 알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코리센은 일본 업체가 가진 150여개 특허를 피한 것은 물론이고 국내 특허까지 획득했다.
인식 속도를 경쟁 제품 10분의 1 수준으로 단축했다. 1초면 촬영에서 인식, 판별까지 끝난다. 최대 2만룩스(Lux) 밝기에서도 판별할 수 있어 실내뿐만 아니라 외부 출입문에도 사용 가능하다. 기존 제품은 판별 한계가 3000룩스 미만이어서 실내서만 쓸 수 있다. 가격은 경쟁 제품 3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본인 인증을 하려면 손가락 끝 부분만 갖다 대면 되기 때문에 제품을 작게 만들 수 있다. PC나 노트북PC, 스마트폰, 도어락까지 활용 범위가 넓다. 충전 가능한 휴대용 인식기도 개발해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동해 쓸 수 있다. 인식기로 촬영한 패턴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는 방식이다. 은행이나 인터넷 쇼핑몰 결제, 보험 계약서 작성 등에 적합하다. 손가락 하나로 물건도 사고 계약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오석언 코리센 대표는 “지문은 손상이나 이물질 등 변수로 인해 인식률이 떨어지고 홍채는 눈을 크게 떠야하고 컬러 렌즈나 각도, 주변 조도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코리센은 지정맥 인식시스템 시장에서 후발주자지만 그간 제기돼 온 단점을 보완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병원에서 지정맥으로 환자 이력을 관리하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같은 전염성 질병도 초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