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지식재산권의 이데올로기

몇 년 전 문화재청은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가 해당 문화유산에 관한 지식재산권을 취득한 ‘사건’으로 소란스러웠다. 우리 민족의 소중한 무형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과정에서 국가 지원을 받고 있는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문화유산 일부를 독점하고자 하는 시도였던 것이다.

Photo Image

반면에 지식재산권 관련 업계 관점에서 보면 그들의 행위는 자신의 발명 또는 창작물에 대해 응당 가져야 할 권리를 정당하게 취득한 것이었다. 사건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던 필자는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두 개 제도가 충돌하는 모습으로 해석했다. 그것은 공유 관점에서 문화유산을 보전 및 계승해 가고자 하는 현행 무형문화유산 보호제도와, 개인에게 사적인 독점권을 부여해 발명 또는 창작활동을 적극적으로 유인하고자 하는 지식재산권제도가 충돌하는 모습이었다.

20년 전 아직 우리 사회가 지식재산권(당시에는 지적재산권)이라는 용어에 익숙지 않던 시절, 지재권을 공부하고 있던 필자는 제도 순기능을 전하는 전도사가 되고 싶었다. 오늘날 지재권 제도는 우리 사회 전반으로 깊숙이 자리를 잡았다. 특히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정부 각 부처 등 공공부문으로 확산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재권 제도의 한계와 역기능에 대한 경고는 약간 소홀히 취급되고 있는 듯하다. 특허와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 제도는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것은 재화의 효율적 재분배라는 시장 기능을 아이디어 등과 같은 무형 ‘정보’에 적용시킨 것이다.

원래 정보는 ‘비배타성’과 ‘비배제성’이라는 고유한 특성 때문에 시장의 실패가 발생하는 영역이다. 지재권 제도는 정보 생산자에게 법적 독점권을 부여하는 형태로 정보가 갖는 고유한 특성을 완화시켜 시장이 기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났다. 자유로운 정보 흐름을 막았고 제도를 집행하는 데 많은 비용이 요구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들이 도입되었다.

정부 부처가 수행하고 있는 다양한 공공정책에 지식재산권을 접목시키고자 할 때에도 지재권 제도가 갖는 한계와 역기능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재권 제도는 시장 효율성에 대한 믿음을 전제로 이를 무형의 정보에 적용시키려는 시도다.

정부가 수행하는 다양한 공공 정책은 시장 기능이 작동하지 못하는 부분에 집중된다. 그동안 정부는 시장 효율성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정부가 수행해 오던 사업 중에서 시장이 기능할 수 있는 부분은 대부분 민간으로 이전해 왔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현재 정부가 수행하고 있는 다양한 정책은 시장 기능이 작동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국가지식재산위원회의 신지식재산분과에 관련되는 정부 정책으로는 새로운 품종 육종 및 활용 촉진을 위한 사업, 다양한 생물자원을 발굴하고 보존하기 위한 사업, 인체자원 확보 및 관리 강화에 관한 사업 등이 있다. 앞에서 사례로 언급되었던, 무형문화유산 등 전통자원을 발굴하고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사업도 여기에 속한다.

이들 사업은 각각 식량안보, 생물다양성, 국민보건, 문화다양성 등 공공 가치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며, 시장 기능에 맡길 경우 이와 같은 중요한 공공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기에 현재까지도 정부가 맡아오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공공 정책 및 사업을 지식재산권 관점에서 검토해 보고 지재권 제도가 갖는 많은 장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고 권장할 만하다.

지식재산권제도는 시장에 대한 믿음을 전제로 시장 기능을 정보 영역에 확장시켜 온 제도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정부의 다양한 정책에 지식재산권 개념이 녹아들어가는 과정에서 그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지식재산권의 긍정적인 측면을 받아들이면서 부정적인 측면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철남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seabird337@gmail.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