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 힘, 질주. ‘아메리칸 머슬카’ 머스탱을 요약하는 단어다. 머스탱은 포드가 1964년부터 출시한 정통 스포츠 쿠페다. 6세대를 거치며 미국적 매력이 넘치는 차로 명맥을 이어왔다. 포드 코리아는 올해 1월 6세대 모델을 한국에 들여왔다. 5세대까지는 들여오지 않았던 고급 모델 GT도 함께 내놨다. 실용성이 낮은 차량임에도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대수 287대를 기록하며 마니아층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머스탱 중의 머스탱이라 불리는 GT 모델을 직접 몰아봤다.
차량 외관은 상어를 닮았다. 날카롭게 찢겨 올라간 헤드램프 주간주행등은 3단으로 분할됐다. 머스탱 상징인 3분할 리어램프와 짝을 맞춘 느낌이다. 리어램프는 ‘3단등’ 한 쌍으로 제동등과 방향지시등 역할을 모두 수행한다. 전체적으로 우직한 외관을 갖췄다. 겉모습부터 남성적인 매력이 넘친다. 일반 승용차보다 두 배가량 길어보이는 보닛은 윗부분이 좀 더 앞으로 튀어나와있다. 당장이라도 치고 나갈 듯한 역동적 모습이다.
내부에서도 비슷한 디자인 콘셉트를 찾을 수 있다. 대시보드 윗부분이 처마처럼 좌석을 향했다. 보닛 전면부를 차량 내부로 옮긴 듯하다. 변속기 레버는 단단한 해머를 쥐는 느낌이다. 꽉 차는 손맛이 괜찮다. 센터페시아 버튼은 항공기 조종석을 본땄다. 앞좌석 시트는 넉넉하고 온몸을 감싸주는 형태로 설계돼 고속 주행에도 무리가 없다. 단, 뒷좌석은 보조 짐칸 정도로 사용하는 편이 나을 만큼 좁다.
차량 구석구석 빼놓지 않고 멋을 부렸다. 번호판을 제외하면 자동차 자체에는 ‘포드’라는 글씨는 없다. 대신 머스탱 상징인 말을 가득 채웠다. 프런트 그릴은 물론이고 운전대에도 로고가 있다. 차가 아닌 땅바닥에도 말을 그린다. 사이드 미러 아래 달린 조그만 전구가 바닥에 말 모양 로고를 쏜다.
달리는 맛은 단연 최고다. 제원부터가 압도적이다. 8기통 5000㏄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후륜구동 쿠페. 최고 출력은 422마력, 최대 토크는 54.1㎏·m에 이른다. 말 그대로 힘이 넘친다. 저속 구간에서는 묵직한 추진력, 고속 구간에서는 안정적 가속을 경험할 수 있다. 스포트 플러스 모드와 트랙 모드까지 제공하지만 노멀 모드도 웬만한 주행은 모두 소화한다. 핸들감은 적당히 묵직하다. 세심한 조향에도 무리가 없어 데일리카로서 역할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가장 짜릿한 요소는 소리다. 보통의 자동차 소리가 ‘부르릉’이라면 이 차의 소리는 ‘그르릉’이다. 시동을 켜는 순간 야수가 바닥을 긁는 듯한 저음이 귀를 자극한다. 속도를 높일수록 소리는 점점 더 날카로워지지만 가늘어지는 느낌은 아니다. 엔진회전 수가 증가하면서 소리 밀도도 높아진다고 보는 편이 맞다. 묵직한 중저음 때문에 리터당 7.9㎞에 그치는 저조한 복합연비에도 엔진을 끄고 싶지 않다. 한번 들으면 차라리 공회전으로 엔진음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오디오 성능도 탁월하다. 트렁크 쪽에까지 총 12개 스피커를 배치해 풍부한 소리를 낸다. 차가 내는 소리에 음악까지 합쳐지면 달리는 맛은 더 커진다. 최신 차종인 만큼 사각지대감지장치(BSD),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ACC) 등 첨단 안전·편의 장치도 더했다. 운전대를 직접 잡아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차인 만큼 ACC를 쓸 일은 적어보인다. 대신 차체가 크고 다소 험한 주행을 하게 되는 만큼 BSD 유용성은 높다.
머스탱 상징은 말이다. 차를 타 보면 더 정확히 말 중에서도 ‘야생마’임을 알 수 있다. 그만큼 힘이 넘치고, 또 길 들이는 맛이 좋다. 머스탱 GT 국내 가격은 6035만원이다. 낮은 실용성에 비하면 비싼 편이다. 하지만 400마력이 넘는 8기통 스포츠 쿠페 가격으로는 가성비가 좋다. 마냥 실용적인 차 대신 개성 있는 고성능차를 원한다면 제일 먼저 눈여겨 볼 차다.
〈포드 올 뉴 머스탱 GT 주요 제원〉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