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광산산업이 침체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정부 육성 계획에 맞춰 대·중소기업 다수가 진출했지만 공장 설립이나 원재료 확보 어려움 등으로 경영난이 가중됐다. 대표적 규제 개선 필요업종으로 지적됐다.
12일 업계와 관련기관에 따르면 도시광산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여전히 사업 허가나 원재료 처리 등 제도적 규제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자원순환률 제고를 위해 정부가 나서 산업육성책을 내놓으면서 기업 진출이 활발했지만 지금은 시들해진 상황이다.
LS니꼬동제련은 토리컴, GRM, 리사이텍코리아 등 관련 자회사를 통해 원재료 확보부터 소재생산까지 수직계열화에 나섰고 포스코도 자회사인 포스코엠텍을 통해 관련 사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하지만 이후 업계는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했다. 포스코는 부진을 겪은 도시광산사업 부문을 최근 청산하기로 했다. 자회사 포스코엠텍은 2010년과 이듬해 각각 리코금속과 나인디지트를 인수해 도시광산사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5년간 적자를 기록했고 사업부문 매각에도 실패해 결국 청산 절차를 택했다.
토리컴은 2012년 영업손실 1억8000만원으로 적자전환했고, 2013년 16억3000억원 영업손실로 적자폭을 키웠다. 지난해 26억원 흑자로 돌아섰지만 당초 목표한 영업목표 달성에는 실패했다.
중견기업 에강리메텍도 도시광산 사업 유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0, 2011년 도시광산 관련 기업 주가는 60% 이상 상승했다가 이후 3년 동안 14.5% 떨어졌다. 업계는 현재 위기 원인을 원자재 하락이라는 구조적 요인과 정부 규제에서 찾고 있다.
대표적 규제로는 공장등록이 꼽힌다. 도시광산 건축물은 자원순환시설로 분류돼 건축법상 공장에 해당하지 않아 등록이 까다롭다. 산업단지 내에선 관리기관과 입주계약을 체결하면 공장으로 등록할 수 있지만 ‘폐기물 운반수집’ ‘처리 및 원료재생업’을 입주자격에 포함시켜 업체 부담이 크고 입주할 수 있는 지역도 제한된다. 도시광산 등록기업 가운데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은 전체 15%에 불과하다.
원재료 해외 유출도 심각하다. 이는 바로 원료 확보 어려움으로 나타난다. 현재 중고품과 폐기물 분류 기준이 없어 폐가전제품이 제품으로 둔갑해 수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가전제품 회사 이미지 손상은 물론이고 우리 자원 음성적 해외 유출로 연결되고 있다.
강홍윤 생기원 자원순환센터장은 “도시광산기업 건축물이 공장에 포함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고 페기물이 중고제품으로 둔갑해 유출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관세청 현품검사 강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철금속 등 원자재 가격이 떨어졌지만 언제 다시 급상승할지 모르기 때문에 제도·기술 측면에서 자원회수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시광산(Urban Mining)=폐전자·전기제품, 폐자동차, 사업장 폐기물 등에 들어있는 금, 은, 동, 인듐 등 귀금속, 희소금속을 회수해 메탈이나 소재 형태로 가공하는 산업이다. 도시인이 쓰는 기기나 제품에 많이 들어 있어 이렇게 이름 붙여졌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