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 부실대출, 끝이 안보인다...금융권 수사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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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기업 부실대출 정황이 속속 나오면서 검찰 수사가 금융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많게는 수천억원 자금을 지원한 국책은행 뿐 아니라 민간은행, 보증기관까지 줄줄이 조사대상이다.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과 5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한 수출입은행의 퍼주기 논란이 부각되면서 당시 자금 지원 심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수출입은행이 지원한 금액만 5208억원에 달한다. 이 중 약 3000억원이 이행성보증 자금이다. 당시 경남기업이 해외 인프라사업 등 프로젝트 수출을 돕기 위한 일환이었지만 심사과정에서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정치권과 금융당국 커넥션으로 이어지는 ‘지원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경남기업 주거래은행은 수출입은행이었다. 하지만 주거래은행이 신한은행으로 바뀌었고 당시 수출입은행장이었던 김용환 행장이 정치권으로부터 압력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경남기업 워크아웃 전 수출입은행의 2012년말 기준 대출잔액은 약 160억원이다. 2013년 10월 경남기업 3차 워크아웃이 시작되기 전 약 700억원의 자금이 지원돼 대출잔액만 900억원에 육박했다. 워크아웃이 시작되고 난 뒤 채권단 공동의 경영회생 자금 지원 일환으로 수출입은행은 약 1300억원을 경남기업에 지원했다. 이행성 보증자금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대출 잔액이 2171억원, 보증성 이행자금이 약 3000억원으로 총 5208억원의 대출자금 잔액이 남는 셈이다.

해외사업 대출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이행성보증 자금 때문에 다른 은행에 비해 대출총액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수은 측 설명이다. 하지만 당시 유동성이 악화될 대로 악화된 경남기업에 이토록 많은 보증자금이 지원된 부분이 의혹투성이다.

모뉴엘 논란에 이어 경남기업 사태에 이르기까지 부실 대출 논란에 휩싸인 수출입은행은 법원이 주도하는 실사에 따라 움직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은 관계자는 “모뉴엘과 경남기업 사태가 잇따라 터졌지만 그렇다고 은행 차원에서 따로 특별한 대책의 움직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도 금융당국과 연루 정황이 나오면서 서진원 전 행장의 조사가 불가피하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성완종 전 회장의 압력을 받고 신한은행과 모종의 지원 협약을 맺어 경남기업 살리기에 나섰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주채권은행이 갑자기 신한은행으로 바뀐 점, 워크아웃 개시 전 대규모 자금이 채권은행별로 분산돼 조속히 집행됐다는 점을 들어 신한은행과 경남기업, 그리고 금융감독원으로 이어지는 물밑 접촉 가능성이 제기됐다. 실제 감사원이 경남기업 부실대출 의혹 검사에 당시 자금을 집행한 고위관계자를 조사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정치권 파문이 금융권으로 확대되면서 과연 검찰수사 타깃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금융권은 좌불안석이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신한은행은 물론이고 당시 경남기업 지원을 용인했던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이 농협금융지주 회장 취임을 앞두고 있어 농협금융지주 내부직원은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날 금융감독원이 경남기업의 세 번째 워크아웃 과정에서 특혜를 주도록 채권단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금감원 담당 국장과 팀장이 워크아웃 과정에 독단적으로 개입해 대주주인 성 전 회장의 입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채권금융기관들은 무상감자 없는 출자전환은 구조조정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이들이 금융기관 담당자를 부르거나 전화까지 걸어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으니 대승적 차원에서 동의하라”고 외압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현재 금감원에서 퇴직한 상황이다.

금융권 부실대출 의혹은 당시 경남기업이 채권은행단에 제출한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약정이 제대로 가동됐는지 여부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신한은행을 비롯해 채권단에 참여한 은행은 이행약정 계획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