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가 정부 ‘심의’란 복병을 다시 만났다. 지난달 한때 사이트가 임시 폐쇄된 이후 두 번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9일 열린 통신 소위에서 레진코믹스 내 개별 만화 콘텐츠를 심의하고 오는 28일 레진코믹스 측 의견을 들은 후 콘텐츠 삭제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문제 콘텐츠는 일본 유명 성인 만화작가 하즈키 카오루가 펴낸 ‘H 체험담’ 시리즈다.
만화 내 일부 시리즈가 계모와 정사, 부인과 다른 남자의 정사를 관음하는 내용 등 반사회적 스토리를 담았다는 것이 방심위가 문제를 삼는 이유다. 지금까지 방심위는 단순히 성기 노출이나 성행위 묘사만 있으면 모두 ‘불법 음란물’로 처리해 음란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레진코믹스 측은 의견진술을 앞두고 방심위가 지난달 25일 사이트 차단에 이어 콘텐츠 심의까지 하면서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회사 관계자는 “완전한 19세 이상 성인이 이용하는 콘텐츠임에도 내용에 심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지나치다”고 밝혔다.
오픈넷도 방심위 결정이 자의적이라고 반박했다.
오픈넷 관계자는 “방심위가 ‘음란’ 개념을 자의적으로 넓게 해석해 ‘음란’으로 판단될 수 없는 정보까지 규제하고 있다”며 “성인의 알 권리는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픈넷은 이어 “만화는 전후 서사가 있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미학적 창작성과 노동력이 가미되는 콘텐츠로서 일정한 예술적 가치를 지닌다”며 “만화 내용이 주로 성행위를 묘사한다는 이유만으로 예술적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덧붙였다.
어렵사리 유료화에 성공한 만화와 웹툰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은 만화 콘텐츠 하나가 도마 위에 올랐지만 추가로 다른 만화와 문화 콘텐츠 전반에 방심위 기준이 설지 알 수 없다”며 “이는 문화콘텐츠 업계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심위 결정이 무리한 내용심의지만 이를 지켜야한다는 견해도 있다.
웹툰 업계 다른 관계자는 불법 유턴을 예로 들며 “유턴금지가 비록 누군가에게 불편을 주거나 잘못된 판단일 수 있지만 사회 공공질서 유지를 위해 정해졌다면 지키는 것이 옳다”며 “방심위 결정이 대중 견해와 불일치하더라도 우선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