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년…12년 표류 재난망·경제성에 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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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는 12년간 표류하던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사업이 다시 본격화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재난망은 2003년부터 논의됐고 일부 추진되다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외국기업 독점과 경제성 미비 등이 도마에 오르며 지루한 공방만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 지시로 사업 추진이 확정됐다. 기술방식과 주파수가 결정됐다. 정보전략계획(ISP)이 수립돼 시범사업 발주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또다시 경제성이 발목을 잡았다. 기획재정부는 1조7000억원 본사업 예산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외부 연구기관에 재검토를 의뢰했다.

◇예타 조사 면제하면서 사업 급물살

재난망은 재난 대응기관별로 상이한 통신체계를 하나로 통일해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갖추는 게 목적이다. 세월호 침몰 당시 경찰과 소방은 테트라, 해경은 아이덴, 해군은 초단파·극초단파(VHF·UHF) 통신을 썼다.

통신 방식이 다르다 보니 일분일초가 급한 재난구조 현장에서 신속한 상황전파와 명령전달이 어려웠다. 세월호 침몰 당시에도 통신망이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시간을 지체해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실종자 수색을 위해 잠수부가 조명탄을 요청하면 조치를 취하는 데까지 40분이 넘게 걸렸다.

재난망은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때부터 논의됐지만 다양한 이슈로 표류했다. 2010년 이후엔 와이브로와 테트라 두 기술방식을 놓고 공방이 이어졌다. 지난해 롱텀에벌루션(LTE)으로 기술 방식을 결정하기 전까지도 각 기술 경제성을 둘러싼 예비타당성(예타)조사가 진행 중이었다.

결국 대통령 지시 이후 공공안전 LTE(PS-LTE)로 기술방식이 결정됐다. 정부는 시급성과 중요성을 감안해 재난망 예타 조사도 면제키로 했다. 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미래부와 안전처, 각계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사업 방안을 논의했다.

2014년 10월 LG CNS를 주사업자로 ISP가 시작됐다. 11월엔 700㎒ 중 20㎒를 재난망에 할당하기로 했다. 재난망 구축사업단은 2015년 강원도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2016년과 2017년 전국망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전체 예산은 1조7000억원이다.

◇ISP 결과 뒤집히나

순탄하게 진행되는 듯했지만 재난망 사업은 아직도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두 가지 커다란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가장 큰 이슈는 역시 경제성이다. 기재부는 ISP에서 도출한 1조7000억원 예산이 적정한지를 평가하고 있다. 결과는 5~6월 나올 전망이다.

평가 결과에 따라 본사업 예산이 축소되면 ISP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다. 시범사업 예산도 축소된다. 시범사업 예산은 당초 10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축소된 데 이어 최종 470억원으로 30억원이 더 깎였다. 이마저도 더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1조7000억원 가지고도 전국망 구축이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대통령 지시로 예타조사마저 면제한 사업에 대해 다시 경제성을 따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예산 적정성 평가가 늦어지면서 시범사업을 비롯해 전체 사업이 지연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ISP 결과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지난해 여러 차례 공청회를 통해 음영지역에서는 상용망을 적절히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ISP 결과 어디에도 상용망 활용 계획은 없다. 지하구간 커버 계획도 마찬가지다. 시범사업 계획에서는 전체 470억원 예산 중 중앙관제센터에 지나치게 많은 예산(300억원)을 할당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 한 전문가는 “1조7000억원에 맞추려다 보니 현재 예상한 기지국으로 전국을 커버하기 어려워 산간지역 등 음영지역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며 “국민 생명을 지키는 수단인 만큼 정부가 예산 활용에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