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정의 육아경영 칼럼] (2)‘정리정돈’은 온가족의 콜레보레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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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부터 실행까지 ‘같이’의 가치를 느낄 수 있고,

나눔의 기쁨까지 얻을 수 있는 ‘봄맞이, 정리정돈 데이’를 가져보자!

‘봄’이다! 어느 집이든 날이 풀리면 ‘봄맞이 대청소’ 같은 걸 한다. 이 때 청소의 주체는 누구인가? 아직도 엄마 혼자 청소를 도맡아 하는가? 정리정돈 대청소 날짜를 일정표에 넣고 온 가족이 함께하는 분기별 행사로 만들어보자. 토요일 혹은 일요일 중 하루를 정하고 ‘정리정돈 데이’를 가져보자. 눈에 보이지 않는 어마어마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확인하게 될 것이다.

정리정돈 절차에서 꼭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대화를 통해 역할을 분담하고, 정리가 끝난 후에도 대화를 통해 ‘함께하는 정리정돈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다.

엄마 혼자 몸이 부서지도록 청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엄마는 청소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아이도 알아야 한다. 정리정돈은 각자의 몫이 있고, 그것을 함께함으로써 누군가의 의무가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분담해야 할 절차임을 깨닫게 할 수 있다.

정리정돈의 1단계는 기획과 업무분장이다. 가족 모두 대화를 통해 정리 구역을 정한다. 예를 들어 엄마는 부엌과 침실, 아빠는 베란다와 거실장, 아이는 본인의 방과 책꽂이, 이런 식으로 협의 하에 구역을 나누는 것이다.

2단계는 실행이다. 각자 맡은 일을 하면서, 의견이 필요한 부분은 함께 논의하여 결정한다. 예를 들어, 아빠는 잘 읽지 않는 책과 자주 읽는 책을 어디에다 배치할지 아이에게 의견을 물어본다. 아이는 방 정리를 할 때 자주 입는 옷들을 어디에다 둘 것인지 엄마와 상의한다. 또 구분 기준에 대해 협의하며 정리한다. 버릴 것, 벼룩시장을 통해 팔 것, 사회단체에 기부할 것, 이웃집 동생에게 줄 것, 자주 사용하는 것, 자주 사용하지 않는 것 등을 구분한다.

3단계는 정리정돈 완료 후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함께 간식을 먹으며, 집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리’의 가치와 ‘함께’의 가치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본다.

4단계는 ‘자선과 기부’다. 각종 사회단체에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전달한다. 팔 수 있는 물건들을 선별하여 벼룩시장에 참가한 후 벼룩 시장 수익금을 기부한다. 기부할 기관을 직접 선정하고, 아이가 직접 기부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일기 쓰기 등으로 기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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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함께 정리정돈을 끝낸 후 나누는 대화

엄마: OO아, 정리해 놓고 나니 어때?

아이: 깨끗해서 좋아.

엄마: 깨끗하니까 기분이 어떻게 변했어?

아이: 상쾌하지.

엄마: 그러네.. 집이 2배는 넓어진 것 같다. 우리 그럼 정리하고 나서 달라진 걸 한가지씩 얘기해 볼까? (끝말잇기와 같이 말을 주고 받는 게임처럼).

아이: 내가 먼저 할게. 집이 넓어진 것 같아!

엄마: 물건을 찾기 위해 헤매지 않아도 돼.

아이: 벼룩시장에 팔 물건들이 생겼어.

아빠: 안 쓰는 물건을 다른 사람한테 주면 우리 기분도 좋아지겠지.

엄마: 책 찾기도 쉽겠다.

‘정리정돈 데이’의 효과

·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어서 ‘협동, 공조Collaboration’의 개념을 알게 된다.

· 청소가 엄마의 전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남녀평등에 대해 인지하게 된다.

· 아이 스스로가 정리정돈의 주체임을 알게 된다.

· 기본적인 분류 개념을 알게 된다.

· 소중한 것과 버려도 되는 것의 개념을 알게 된다.

· 소중한 것의 가치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

· 각각의 물건이 놓여야 할 위치를 알게 된다.

· 물건의 자리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효율성Efficiency과 생산성Productivity을 알게 된다.

· 정리정돈이 얼마나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지 눈으로 보며 직접 느끼게 된다.

· 엄마의 잔소리가 줄어든다.

· 벼룩시장 같은 행사와 연계시킬 경우, 정리정돈이 나 자신과 우리 가족뿐만이 아니라 이웃 사람한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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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수안이가 벼룩시장에 참여한 날의 느낌을 일기에 쓰고, 담임 선생님이 이에 대해 커멘트를 달아주셨다. 이로서, 아이는 온 가족의 정리정돈, 벼룩시장 참여와 수익금 기부, 일기쓰기, 선생님의 칭찬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온전히 경험하고 체득할 수 있었다.

정리를 하다 보면 물건도 정리되지만, 자연스레 마음도 정리가 되고, 평소 찾지 못했던 소중한 물건을 발견하는 ‘값진’ 경험을 하게 된다. 평생 보관할 것들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되는 중요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엄마는 아이가 정리정돈을 잘하지 못할 때 무턱대고 “정리 좀 해라” 하지 않고, “정리가 되면 기분이 더 좋아질 텐데”와 같이 아이가 스스로 하도록 유도해보자.

이 과정들이 반복되다 보면 자기주도식 정리정돈이 저절로 된다. 정리정돈은 정리 그 자체뿐 아니라, 생각정리법, 기획력, 논리력까지 연결되며, ‘나눔’ 실천으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우리 가정에서도 정리정돈만큼은 ‘아이 스스로’하게 하고 가족 전체가 함께할 수 있는 ‘정리정돈 데이’를 ‘가족문화’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필자 소개 : 김연정 / 광고대행사 코래드를 거쳐 마이크로소프트코리아(Microsoft Korea) 마케팅담당 부장, 아디다스코리아(adidas Korea)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팀장, 야후오버추어코리아(Yahoo! Overture Korea) TA팀장 등 주로 외국계 글로벌기업에서 마케팅 경력을 쌓았다. 현재 트위터코리아(Twitter Korea) 이사로 재직 중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성공’을 지향하며 일과 육아의 병행을 위한 방법론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난 육아를 회사에서 배웠다, 매일경제신문사>가 있다.

@TheNol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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