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융계 약자 저축은행이 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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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업계 종사자는 자신을 ‘금융업계 약자’라 평가한다. 힘(권력)도 없고 하루 벌어 먹고살기 바빠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적은 돈을 굴리며 먹고살기 바쁜데 언론에 비친 저축은행 기사는 죄다 부정적인 기사 일색이라며 볼멘소리를 한다. 말을 아끼면서 자신을 조용히 내버려두길 바라는 지경이다.

수치상으로 살펴봐도 저축은행이 국내 전체 금융업계에서 차지하는 자산규모는 1% 남짓이다. 그럼에도 몇 해 전 ‘저축은행 사태’ 여파로 금융감독원과 언론 잣대는 유독 저축은행에 가혹하다.

‘앓는 소리’ 같지만 실제로 저축은행 업계에 놓인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다. 치명타는 수십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안정적인 ‘영업 기반’이 없다는 점이다.

1972년 상호신용금고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저축은행 영업 기반은 서민층이었다. 1금융권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서민에게 자금수혈을 해주고 영업기반을 쌓아가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대부업이 세를 넓혔고 캐피털, 상호금융 등 경쟁사도 부대끼기 시작한다. 2000년대 초반 신용대란 사태를 겪으며 소액 신용대출 쓴맛도 봤다. 부동산이 활황일 때는 부동산 PF대출로 재미를 봤지만 잇따른 부실로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졌다.

당국과 여론은 저축은행 본래 설립 취지에 맞게 ‘서민금융 기관’으로 탈바꿈하라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수십년을 이어왔지만 지금까지 저축은행이 업무 현황에 따라 유난히 부침을 겪는 것은 안정적인 영업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마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하며 그나마 버팀목이었던 저축은행의 주택담보 대출 시장을 좀먹는다. 대부업의 공격적인 영업력도 따라잡기 버겁다.

한 금융업계 전문가는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국내 제2금융권 특히 저축은행업은 무너진다’고도 경고했다. 200개가 넘던 저축은행이 몇 년 새 반 토막이 났다. 지금도 계속해서 영업력을 잃은 영세 저축은행들은 누군가 인수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약자에겐 사회적 미덕이 필요하다. 저축은행에게 생색내기 식으로 떼어주는 할부금융, 방카슈랑스와 같은 ‘못 먹는 감’은 필요 없다. 저축은행 경영 실태와 변해가는 금융시장을 면밀히 파악해 한 치 앞이라도 내다볼 수 있게 해주는 당국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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