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선입견 무너뜨린 여성 창업자 이수인 대표

교육용 게임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실리콘밸리의 투자 선입견을 깨뜨린 여성 창업자가 화제다.

로코모티브랩스는 소프트뱅크코리아를 비롯해 한·미·중 3개국에서 총 44억원을 투자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이 회사가 만든 ‘토도수학(Todo Math)’은 세계 애플 매장 기기에 유일하게 기본 설치된 수학 학습앱이다. 수학 개념을 마치 놀이하듯 배워나갈 수 있는 영유아 대상 교육앱이다. 출시 6개월 만에 미국 1200개 학교에서 시범용 교재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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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인 로코모티브랩스 대표

토도수학은 이수인 대표와 이건호 개발총괄(CTO)이 지난 2012년 미국에서 공동 개발했다. 공동창업자인 두 사람은 지난 2008년까지 엔씨소프트에서 부부 개발자로 일했다. 당시 이 대표는 게임회사 종사자들의 애환을 다룬 ‘게임회사이야기’를 쓴 저자로 널리 알려졌고 남편인 이씨는 당시 온라인게임 ‘리니지2’ 테크니컬디렉터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한편으로 한계를 느꼈다. 이 대표는 “한국 게임개발자는 세계적 역량을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언어 장벽 등의 이유로 저평가 받았다”며 “미국에서 세계 시장을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패드 등장을 보면서 교육용 앱의 시대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교육용 앱을 만들겠다는 창업의 결심은 개인적 이유에서 출발했다. 미국에서 아이가 생겼다. 젊은 게임개발자였던 그는 공부를 어려워하는 아이에게 지식을 좀 더 잘 가르쳐줄 수 있는 앱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대표는 “아이를 낳고 보니 잘 만든 교육용 앱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는 교육용 앱의 제대로 된 비즈니스모델이 없었고 이를 지원하는 좋은 자본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에는 ‘실리콘밸리VC는 교육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금기사항이 있었다. 이후 오바마 정부에서 디지털 교육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면서 교육 전문 투자회사가 생기는 등 최근 새로운 움직임이 생겨났다. 두 사람은 전직인 게임개발자로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영유아 대상의 교육앱을 개발했다.

아시아계 여성으로서 실리콘밸리 창업과 투자 유치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학습지’같은 개념도 북미에서는 생소했다. 그는 그때마다 “만약 한국에서 한국어도 잘 못하는 다문화가정의 어머니가 창업을 하겠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결국 실리콘밸리는 물론이고 중국의 가장 큰 학원기업이 로코모티브랩스에 투자했다.

이 대표는 “미국은 유치원 과정부터가 공교육에 포함되는데 우리나라처럼 영유아 대상 학습지 서비스가 발달하지 않았다”며 “북미와 아시아의 학습지 시장을 디지털 교육으로 대체하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