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금융 부실 우려가 고조됐다. 그 기초인 기술성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사는 이 심사 결과에 믿고 기술신용대출을 해준다. 올해 기술신용대출은 20조에 이를 전망이서 기술금융 부실은 불 보듯 뻔하다.
기술신용기금, 한국기업데이터, 나이스 등 기술평가기관(TCB)이 기술성을 평가한다. TCB별로 6개월간 적게는 4000건, 많게는 5000건을 처리했다. 특히 기술신용기금보다 심사 전문 인력이 크게 적은 민간 TCB는 인력당 월 처리건수는 100건에 육박하는 수치다. 하루에도 여러 개 업체 기술을 심사하니 겉핥기 식 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기술 평가가 아니라 기술 시장 분석에 그친 기술평가서도 많다고 한다.
지금도 인력에 비해 과다한 기술평가 의뢰 건수는 앞으로 더 많아질 전망이다. 정부로부터 기술금융 대출을 독촉 받은 은행들이다. TCB엔 무더기로 기술평가를 의뢰하고 빨리 처리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친다고 한다. 기술 평가서를 남발할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기술평가서를 사실상 기술신용대출 확인서류로 전락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형식적이 되면 기술신용대출이라는 근간을 무너뜨린다. 부동산 담보 대출이라면 그 부동산이 과연 있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돈을 빌려주는 꼴이다. 평가 비용이 건당 100만원이라고 하니 이로 인한 낭비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기술 평가 부실은 이를 기반으로 한 기술금융 고도화도 불가능해진다. 원 데이터가 부실한데 이를 바탕으로 산출한 평가지수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또 기술평가 방법을 선진화하는 것도, 기술금융 정책을 보완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기술평가 독점부터 풀어야 평가 부실을 해소할 수 있다. 민간 TCB를 더 많이 늘리거나 은행 자체 심사를 허용하는 등 대책을 빨리 모색해야 한다. 기술평가도 경쟁이 이뤄져야 더 선진화할 수 있다. 기술금융 기반도 더욱 단단해진다. 평가부터 대출까지 엉터리가 지속된다면 기술금융 부실을 넘어 기술벤처 생태계까지 망가뜨릴 수 있다. 이를 기우로 그치게 할 대책을 정부는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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