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2월 20일, 미국 최초의 유인위성 ‘프렌드십 7호(Friendship 7)’가 지구궤도 비행에 성공했다. 프렌드십 7호는 4시간 56분 동안 지구궤도를 3바퀴 돌고, 지구로 귀환했다. 지구궤도 비행을 마치고 대기권으로 재진입하기 직전 자동 조종장치에 고장이 발생했고, 수동으로 대서양에 착수했다.
프렌드십 7호에 타고 미국 최초의 유인 우주비행을 성공시킨 사람은 존 허셜 글렌이다. 미국 해병대 직속 항공부대 파일럿 출신으로, 2차대전은 물론이고 한국전쟁에도 참전해 많은 출격기록을 세운 사람이다. 글렌은 1959년 4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제1기 우주비행사 7명 중 한 사람으로 선발됐다. 그는 NASA에서 비행사의 역할을 했지만, 조종실 설계 등의 작업에도 참여했다.
프렌드십 7호의 7은 1기 우주비행사 7명을 의미하며, 이 7명의 우정이 중심이 돼 미국 최초의 유인위성이 비행한다는 뜻에서 탑승자인 글렌이 명명했다.
프렌드십 7호의 비행은 NASA의 탄생과 함께 1958년 10월부터 시작한 미국 최초의 유인위성 발사계획인 머큐리 계획에 따른 것이다. 당시 소련보다 유인 우주비행을 앞당기기 위해 시작한 계획이었지만, 결과적으로 1년 가량 뒤졌다. 미국과 소련의 우주개발 경쟁은 결과적으로 인류의 우주기술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미국 최초의 우주비행을 했던 글렌의 이후 이력도 재미있다. 글렌은 역사적인 우주비행에 성공하고, 2년 뒤 NASA에서 나왔다. 이어 1965년에 해병대 대령으로 예편했다. 그 후 정치에 입문해 1974년부터 1999년까지 미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을 지냈다. 핵무기 등 대량파괴 무기 확산 방지, 정부 내 비효율 제거 등의 정책을 주도했고, 과학기술 전문가로 존경받고 있다.
글렌이 특히 유명해진 것은 1998년 77세의 나이에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탑승하면서다. 이 우주비행을 통해 글렌은 세계 최고령 우주인이 되는 기록을 세웠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