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식재산권, 분쟁서 중소·벤처 보호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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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를 처음 주창한 영국의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는 ‘창조경제를 위한 유통화폐는 지식재산이며, 지식재산이 없는 창조경제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 바와 같이 지식재산권은 창조경제 달성을 위한 핵심 요소다.

창조경제 시대에 지식재산권은 신개념의 블루오션 제품이나 시장을 창출하고 특허망 구축으로 후발주자의 진입을 차단함으로써 오랜 기간 시장을 장악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기술 및 아이디어의 보호 장치인 지식재산권이 정작 분쟁으로 이어지면 중소·벤처기업은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특허 분쟁에서 특허가 무효로 처리되는 비율이 70%에 이르는데, 이는 부실 특허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특허무효소송제도가 일부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1997년 판매시점관리(POS) 시스템 특허를 등록하고 사업을 영위 중인 I사는 최근 편의점 운영사를 상대로 특허권리 범위확인 심판을 제기했다. 이에 대기업인 편의점 3사는 오히려 I사를 상대로 특허 무효심판을 제기, 특허심판원은 편의점 3사의 손을 들어줬다. 비싼 비용을 들여 특허를 등록했지만 힘의 논리를 앞세운 대기업의 무효소송으로 소중한 특허가 무용지물이 될 판에 놓인 것이다.

대기업들이 무효소송을 제기하는 특허들은 그만큼 시장가치가 크기 때문에 탐을 내는 것이다. 따라서 대기업들이 제기 중인 특허무효소송 건은 정부가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원천기술을 가진 중소·벤처기업이 단지 힘의 논리에 의해 사장돼 간다면 이는 곧 창조경제의 싹이 잘리는 것과 같다.

정부는 대기업과 분쟁 중인 특허 및 과거 분쟁으로 사장된 특허까지 면밀히 재검토해 제 주인을 찾아주고 사업화될 수 있는 체계를 전담부서에 맡겨 만들어 나아갔으면 한다. 어쩌면 이러한 노력 속에 창조경제의 해답이 나올 수도 있다.

이렇듯 창조경제의 꽃이 돼야 할 중소·벤처기업들이 지식재산권 분쟁에 대한 대응 역량이 취약하다 보니 제대로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고사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허청과 무역위원회가 실시한 ‘2013년 지식재산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식재산권 관련 전담인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은 12.3%, 전담부서를 보유한 중소기업은 8.4%에 불과하다.

또 특허소송에서 승리해도 배상액이 손실보전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특허소송의 평균 배상액은 건당 7000만원 수준으로, 미국처럼 손해의 3배까지 배상하게 하는 것에 비해 특허가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기업들 사이에 남의 것을 베끼거나 적당히 피해 가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법원도 특허권자 보호에 인색한 판결을 내리는 등 ‘특허 홀대’가 고착돼 가는 한 우리가 희망하는 창조경제는 점점 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지식재산권이 홀대받는 또 다른 이유는 특허침해소송을 담당하는 판사의 전문성 부족에도 문제가 있다. 특허무효소송을 제외하고 특허침해소송을 모두 일반법원에서 담당하고, 판사의 순환 주기도 일본은 15~20년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고작 2~3년이다 보니 판사의 전문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판사의 전문성 확보와 함께 특허심판원에서 심사와 심판의 판단 기준과 해석을 통일하고 나아가 심판·소송체계를 아우르는 일관된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

창조경제가 제대로 꽃피우기 위해선 아이디어에서부터 기술개발 및 사업화, 시장에 이르는 일련의 기업 활동과 지식재산권이 유기적이고 효과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무한경쟁 시대에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 개발이 촉진되고 보호 받음으로써 부를 창출하고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창조경제의 핵심이다. 특허 무력화는 창조경제 달성의 또 다른 허들로 단두대로 보내야 한다.

박기오 IT벤처포럼 의장 pko@welg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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