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자본시장의 `핀테크`, 인식부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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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모바일로 상품 결제하고 그런 것 아닙니까”

알 만한 금융 혹은 정보기술(IT) 전문가들도 핀테크란 단어를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글자 그대로 금융과 IT를 더하는 것이지만 어느 쪽 전문가가 보기에도 없었던 개념은 아니기 때문이다. 수십년 전부터 은행·증권의 거래·투자 시스템은 IT로 움직여왔다.

그런 관점에서 핀테크는 기술의 진화 자체보다 ‘IT를 대하는 자세의 변화’가 8할이다. IT를 단순한 운영 도구에서 수익 창출 상품과 핵심 플랫폼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기존 IT의 인식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 바로 이 점이 한국 자본시장이 핀테크의 중심에 서 있지 못한 이유다. 누구나 떠올리는 핀테크 이미지가 스마트 은행·카드 서비스에 한정돼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지난해까지도 대다수 증권사가 내리는 ‘IT’에 대한 정의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잘한 것’, 최고정보책임자(CIO)는 ‘문제가 일어나면 가장 먼저 책망할 사람’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증권사의 IT 임원은 가장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라고 토로했다. 다른 직원 대비 급여나 처우가 못하고 구조조정 1순위라는 뒷말도 나온다. 자본시장의 중심인 한국거래소에서도 ‘장애’ 여부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IT 평가지표다. 인터넷 뱅킹이 대중화되고 온라인·모바일 투자가 활성화된 지금에도 디지털로 판매되는 펀드 규모가 여전히 전체 시장의 1%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다.

그 사이 이미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서는 서비스 기반의 투자와 디지털 기반의 자산 크라우드 펀딩 등 자본시장의 핀테크 이슈가 중심에 서 있다. ‘로빈후드’란 업체가 내놓은 수수료 없앤 투자 플랫폼은 실리콘밸리의 주식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수수료 0원에 거래할 수 있게 하는 대신 ‘마진 트레이딩(margin trading)’ 등 새 개념의 서비스로 수익을 낼 계획이다. 디지털 자산 크라우드 펀딩은 디지털 주식 거래를 확장해 자산에 대한 ‘크라우드’ 투자가 가능하게 한 개념으로 숙성을 더해가고 있다.

한국의 자본시장도 이제는 IT를 바라보는 자세를 바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야 할 때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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