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미만 저작권침해 형사처벌 면제 개정안, 대안 없어 ‘진퇴양난’

6개월 이내 100만원 미만의 저작권 침해는 형사처분을 면해주도록 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반대여론은 높은데 마땅한 대안이 없어 국회와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는 똑같은 논쟁만 되풀이할 공산이 높아 새해까지로 이어지는 보름 남짓 남은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처리를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3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를 통과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8개월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고 있다.

업계는 물론이고 정부와 국회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대안이 없어 심사가 무한정 미뤄지는 것이다. 개정안은 지난 5월 초 법사위 소위에 회부됐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향후 일정도 잡혀 있지 않은 상태다.

개정안은 ‘영리목적이거나 피해규모가 6개월간 10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저작권 침해로 인정해 형사처분할 수 있도록 했다. 경미한 저작권 침해가 무분별한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문제를 해결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콘텐츠는 업계는 악용될 우려가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단기간에 비교적 작은 규모로 이뤄지는 저작권 침해를 방치하게 된다는 이유다. 개정안대로라면 500원짜리 음원은 1999곡, 2000원짜리 영화는 499편까지 불법복제해도 형사처분을 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법사위도 개정안을 소위에 상정할 때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저작권 침해에 예외를 두는 등 규정이 법체계상 맞지 않다는 논리다. 법사위 관계자는 “6개월 100만원이라는 기준도 모호하고, 똑같이 저작권을 위반한 것인데 (피해 규모에 따라) 예외를 두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관련 단체 의견 등을 반영한 검토보고서를 작성해 소위에 상정했다”고 말했다.

법사위는 문화체육관광부에도 대안 마련을 주문했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교문위는 비슷한 내용을 담은 저작권법 개정안을 이번 임시국회 때 상정해 다시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사실상 원점에서 같은 논의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교문위가 상정할 개정안은 지난해 박혜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으로, 저작권 침해를 ‘180일 동안 500만원’으로 규정해 법사위에 계류된 개정안과 수치만 다르다.

문화부 관계자는 “국회의원과 권리자, 시민단체 등이 다들 생각이 달라 하나로 취합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의견을 더 들어보고 대안을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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