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에너지 산업의 중심축은 국제 유가 하락과 전력수급 안정 등 전반적인 에너지 가격 안정화 추세에서 산업 패러다임 변화다. 지금까지는 에너지 수급 문제로 급급했지만 이제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제 정세와 연료가격 이슈에도 흔들리지 않는 중장기 산업 발전 로드맵이 필요한 때다.
정부는 정책적으로 △전력 수요관리 △에너지관리 통합서비스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 △태양광 렌털 △전기차 서비스 및 유료 충전 △화력발전 온배수열 활용의 6개 분야를 미래 유망 에너지 신산업으로 선정해 육성하고 있다. 전체적인 그림은 신산업 분야에서 기술 개발을 지원해 민간의 시장 참여를 독려하고 이종 산업간 융합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는 한편, 해당 모델의 실증으로 수출 경쟁력까지 확보한다는 것이다.
신산업 육성 배경도 단기적 대책보다는 중장기적인 체질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 크게 작용했다. 그동안 국내 에너지 산업은 공기업 중심의 공급력 확대 정책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는 기술과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에너지 산업 전체적으로 경직성을 초래했다. 반면에 신산업 육성은 보다 적극적인 고효율 신기술 적용과 민간의 참여를 근간에 두고 있다. 에너지 정세에 빠르게 대응하고 부족하면 더 생산하는 단편적인 대응 정책에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을 접목한다는 의미다.
이런 배경에서 볼 때 새해 에너지 산업 역시 6대 신산업이 그 중심을 잡을 전망이다. 이중 전력 수요관리는 절약한 에너지를 거래할 수 있는 네가와트 개념의 시작으로, 향후 전 산업군에서 에너지 효율화 설비 투자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수요자원 거래시장이 개설돼 운용되고 있으며 사업자들은 별도 협회를 구성해 산업 발전을 위한 제안을 계속하고 있다.
전기차가 새해 에너지 산업에서 주인공 후보 일순위다. 전기차 보급과 충전인프라 구축 사업이 전국 단위 진행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버스·택시 등 영업용 전기차 배터리 리스, 유료 충전 사업 등 다양한 서비스와의 융합도 계획 중이다.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을 오는 2020년까지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등 전기차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도 준비 중이다.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돼 있는 전력을 전력망으로 전송하는 V2G 산업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V2G는 양방향으로 에너지를 사고파는 스마트그리드 개념의 초기 단계로 그 의미가 크다. 배터리 저장 전력 거래를 위한 관련 규정 개정과 맞춤형 요금제는 물론이고 사업 가능성 진단을 위한 테스트베드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 밖에 각종 에너지 효율화 사업도 추진된다. 우선 사업자가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과 설비를 신축하거나 증설하게 되면 에너지 절감 계획과 함께 수요관리 설비를 마련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는 물론이고 자가발전기, ESS, EMS 등의 신규 시장에 열리는 셈이다. 창호교체 등 시공비의 이자비용을 지원해 주는 그린리모델링 사업과 민간 금융사가 자금을 대출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설치하고, 전기 절감액으로 상환하는 LED 금융 모델도 확대될 예정이다.
신재생에너지산업은 새해 저유가 영향을 일부 받아도 시장 자체는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각각 태양광 50GW, 풍력 50GW 정도의 발전소 설치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단순 전력 생산을 위한 위상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기간산업으로 미국·유럽에서 충분히 입증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가 하락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아 수요가 갑자기 사라지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 전반적으로는 넉넉해진 전력공급 탓에 전력가격(SMP) 하락으로 수익성이 하락해 시장을 위축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 가격이 싸지면 그 만큼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수익이 줄고, 수익이 줄어드니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려는 곳이 줄어 보급이 축소될 수 있다. 풍력 산업은 올해 1등급지 규제 완화에 따른 육상풍력발전 허가가 이뤄지면 일부 사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지만, 해상풍력은 서남해 등 사업성 부족으로 착수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PS)가 관련 산업 육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은 새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기후변화 분야는 새해 신기후체제 수립을 마무리하기 위한 선진국과 개도국의 치열한 눈치작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이후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가 참여하는 신기후체제 수립에 대해 선진국은 개도국의 현재 온실가스 배출 비중을, 개도국은 선진국의 과거 배출 기여도를 이유로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발 개도국으로서 온실가스 감축 책임을 다하더라도 국내 산업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전략을 보다 면밀하게 수립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신산업 육성에 따른 변화>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