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사지드 자비드 영국 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
-사회 : 전자신문 김원석 글로벌뉴스부장
◇사회(김원석 전자신문 글로벌뉴스부장)=신년을 맞아 전자신문은 ‘비긴 어게인’이라는 어젠다를 던졌다. 침체돼 있는 산업에 다시 활기를 불러일으켜 희망을 이야기하자는 취지다.
산업에 다시 힘을 충전해 주는 분야에 ‘문화’가 빠질 수 없다. 오늘 이 시간에는 ‘창조’를 키워드로 한국과 영국의 창조경제, 창조산업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
이를 중심으로 몇 가지 질문을 드리겠다.
우선 사지드 자비드 영국 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님의 게임에 대한 견해는 어떠십니까. 덧붙여 영국의 게임 산업 현황도 말해 주십시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게임 산업은 문화와 경제발전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게임은 또한 콘텐츠와 기술이 접목된 창조의 결정체다. 결코 영화나 소설과 같은 문화 콘텐츠보다 가볍거나 열세이지 않다.
영국에서는 게임과 같은 창조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서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한다. 정부의 개입이 없는 것이 오히려 창조산업 부흥에 긍정적이라는 것을 안다.
혜택은 주되 개입하지 말자는 게 영국 문화정책의 기조다. 리스크가 크다는 창조산업 특성상 게임 업계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한다. 지난해 4월부터 영국은 창조산업 핵심 분야인 비디오게임에 대한 세제 감면 계획을 발표했다. 비디오게임 분야는 세제 감면으로 향후 5년간 영국 경제에 총 2억8000만파운드(약4792억원)를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한국의 게임 산업은 각종 규제로 어느 때 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김종덕 장관님은 국내 게임 산업이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국내 게임 산업의 위기는 중국 등 신흥 경쟁국가의 등장에 영향을 받았다. 또 모바일 게임으로의 급격한 구조 변화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국내 게임 산업의 위기를 극복해 내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게임 개발 역량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국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국내 시장은 성장에 한계가 있어 적극적인 해외 진출이 필요하다. 정부는 국내 게임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게임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OTT와 같은 차세대 플랫폼 준비를 시작한다. 게임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선 UX, AI와 같은 새로운 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도 지원할 예정이다.
◇사회=양국 간 창조경제 산업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분야는 어디입니까. 그리고 향후 어떤 변화가 예상되고 변화에 관련 최우선 과제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창조경제 산업에서 가장 비중 높은 분야는 산업을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본다. 좋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선 교육이 중요하다. 영국에서는 ‘재능발견’ 프로그램을 운영해 3년간 2500만파운드를 투입할 계획이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는 청소년들이 문화 활동을 1주일에 5시간씩 체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다. 그 밖에도 정부는 재능 있는 청년들이 창조산업 일자리를 갖도록 하는 ‘재능경로제도’ 운영, 멘토링 실시, 전국적인 기술 캠프 운영 등을 한다.
특히 최근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은 창조산업 발전 프로젝트다. 영국의 기술전략위원회는 1000만파운드를 투입해 기업들이 전문 지식을 공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 제품, 서비스의 공동개발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창조산업의 핵심은 ‘인재’에 있다. 영국은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드는 데 노력할 예정이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창조경제 산업의 핵심은 창업에 있다고 본다. 창조경제 산업은 국민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연결시키는 창업활성화, 벤처나 중소기업 성장지원, 신산업 신시장 진출, 창의인재 양성 분야 등으로 구분된다. 국내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그 중 문화부가 중심이 돼 개설한 콘텐츠코리아랩에서는 콘텐츠 아이디어를 창작,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여기에서 창업생태계가 조성되는 셈이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고용 없는 성장이 심화된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독일의 인더스트리4.0, 일본의 과학기술 이노베이션처럼 문화와 IT, 콘텐츠를 융합한 신성장동력 발굴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
◇사회=양국에는 많은 문화유산이 있습니다. 이를 창조경제의 영역으로 끌어안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사지드 자비드 영국 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영국에는 100여년 전에 시작한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라는 시민운동이 있다. 산업혁명으로 문화유산과 자연이 훼손되자 이를 복구하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운동이다. 대부분 시민의 자발적 회비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데 현재 회원 수가 250만명에 이른다. 전통을 중시하는 사회적인 문화 덕택에 가능했던 일이다.
정부에서도 문화유산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개발하려는 ‘창조산업화 전략’을 추진한 바 있다. 영국이 가진 전통문화의 강점은 강화하면서 약점은 보완하자는 취지다.
지난 2010년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중심으로 영국 관광 산업 발전을 위해 ‘올드 브리타니아’라는 부흥책을 내놓은 적이 있다. 영국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전통과 역사를 강조한다는 취지의 국가 이미지 메이킹 전략이다. 예산도 거의 2조원 수준을 집행했다.
수많은 해외 관광객이 오는 영국은 앞으로도 이 같은 프로젝트를 꾸준히 실시해 전통문화와 현대의 소통을 늘려나갈 것이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3D 뽀로로, 케이팝 홀로그램 등 전 세계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상품에 첨단 문화기술을 투자해 활용도를 높이려고 한다. 문화예술의 글로벌 상품화를 위해 3D, 증강현실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문화유산을 재창조하고 관광객 유치에도 기여할 수 있다. 향후 박물관 소장 자료 등 국가문화유산을 데이터베이스화해 문화유산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다. 정부 3.0시대에 걸맞게 국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정부의 정보를 민간 기업이 활용한다면 다양한 부가서비스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창조경제 구현이 촉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또 전통문화, 위인, 유적, 설화 등 지역 문화유산에 창의성을 더한 지역 특화 콘텐츠를 개발, 육성해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도 활용할 것이다.
◇사회=조앤 롤링이 ‘해리포터’로 성공을 거두기 전에 사회복지 기금에 의존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예술가도 이런 처지에 있는 분이 많습니다. 양국은 예술인의 복지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한국 정부는 예술성이 높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예술인을 선별해 지원하는 ‘창작지원’사업과 직업의 특성상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예술인에 대한 ‘복지지원’ 사업을 병행한다. 야간까지 운영하는 공연예술인 자녀 돌봄 센터, 불공정행위 대응 원스톱 서비스 체계구축 등 안정적인 창작환경을 조성하려고 한다. 새해에는 예술인 창작 안전망 사업을 강화해 추진하고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문화예술 단체의 표준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하려 한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영국에서도 창조 산업의 중심에 서 있는 예술인의 복지에 많은 신경을 쓴다. 예술인 연금제도를 운용해 예술인들도 안정적인 생활 기반 위에서 작품 장착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많은 국가가 벤치마킹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창작예술가와 실연예술가 등 창작가의 기준을 세세하게 나눠 직업별, 직종별로 적합한 복지 혜택을 준다. 복지제도가 실제로 창작가의 현실 생활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에 방점을 둔다. 이를테면 작가의 작품이 전시회에 걸렸을 때, 객관적인 지표를 만들어 저작료를 지원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사회=김종덕 장관께서는 생활 속 문화 및 체육 정책을 강조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성과와 새해 계획은 무엇입니까.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문화부는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문화융성을 체감하는 데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 왔다. 1500여개 문화기관이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문화가 있는 날’을 매월 시행했다. 그 결과 전국 255만명의 어린이, 청소년이 문화예술 교육에 참여했다. 각종 복지시설에서 58만여명이 약 2000회의 공연을 관람했다.
생활문화센터, 국민체력인증센터, 종합형 스포츠클럽 등과 같은 생활 문화, 체육 인프라를 대폭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예술인 복지확대, 분야별 표준계약서 적용 확대, 도서 정가제 제도 정비 등 공정하고 안정적인 창작환경 마련에도 만전을 기했다.
내년에도 문화의 날과 연계한 1000개의 문화행사를 개최할 것이다. 생화문화센터 20여개소를 추가적으로 설치하는 등 국민이 체감하는 문화융성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사회=오늘 자리는 문화 강국 영국과 한국의 문화부 장관이 만나 ‘창조’를 이야기하며 미래를 위해 논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바쁘신 와중에 시간을 내 주신 두 분 장관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정리=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