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지식서비스, 반도체 디스플레이어 및 에너지가 분야가 향후 대한민국 경제 성장을 이끌 대표적 산업군으로 지목됐다. 국내 다양한 산업분야의 최고경영자(CEO)은 이들 산업군을 대한민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뽑았다. 저 멀리 태평양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산업의 새로운 조류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올해 스마트폰을 포함해 최근 10년 사이 자동차, 조선·해양, 석유·화학, 정유, 철강 등 6개 주력 산업 점유율이 중국에 역전당했다. 응답자들은 정부와 업계가 국가 주력 산업 정책을 다시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 전망 새해도, 5년 후도 쉽지 않다
20여개 산업분야 C레벨 240명을 대상으로 ‘현재 국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하냐’는 질문에 45.6%가 ‘매우 나쁘다’고 답했고 ‘보통’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41.3%로 뒤를 이었다. 반면 ‘좋다’고 답한 응답자는 6.7%에 그쳤다. 대부분이 지금의 산업 경쟁력을 낮게 평가한 것이다. 여기에 5년 후 산업 경쟁력 전망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응답자 중 44.6%가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보통’이라고 답한 응답자 역시 37.9%로 나타났다.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지금은 물론이고 앞으로 5년 후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반면에 지금보다 향후 5년 후 산업 경쟁력이 좋아질 것으로 답한 C레벨은 11.2%로 집계됐다.
이 같은 결과에 30.8%가 ‘중국 등 경쟁국 부상’을, 19.2%가 ‘주력 산업에 대한 경쟁력 상실’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실제로 올해 2분기 판매량에서 화웨이·레노버·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9곳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31.3%로 집계돼 삼성전자·LG전자 점유율보다 1.2% 높았다. 기술력까지 겸비한 중국 업체의 다양한 저가 제품들이 자국시장을 기반으로 해 글로벌 시장으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여기에 자동차 역시 2003년 한국의 생산량은 337만대(5.4%)로 중국의 291만대(4.7%)보다 앞섰지만, 2009년에는 중국이 243만대를 생산하며 역전됐다. 2013년에도 중국 생산량은 1097만대(12.5%)를 기록해 863만대를 생산한 한국(9.8%)을 크게 앞섰다. 현대차를 앞세운 국내 자동차 업계가 해외 현지생산을 기반으로 9%대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렸지만, 중국 업체 공세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선·철강·중공업 분야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은 중국에 앞서고 있지만 대대적인 중국 정부 차원의 금융지원과 정책적 지원으로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공통된 시각이다.
이 가운데 올해 사업성과에 대한 질문에 대부분이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사업성과에 대해 37.5%가 ‘보통’으로 36.7%는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반면 만족(15.8%)과 매우만족(0.8%)은 응답자 중 20%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이 같은 사업 성과에도 새해 고용 창출은 크게 줄지 않을 전망이다. 새해 고용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55.8%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와 함께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23.3%, ‘계획 없다’는 17.5%로 나타났다.
◇주력 산업군이 바뀌고 있다
240명 중 약 70%가 향후 대한민국 경제 성장을 이끌 대표 산업으로 소프트웨어·지식서비스, 반도체·디스플레이, 에너지, 인터넷 콘텐츠를 꼽았다. 이들 대다수가 현재 주력산업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가전 등이라고 답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은 여전히 중국에 앞서고 있지만 앞으로 상황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 반도체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글로벌시장 절반에 가까워지고 있는데다, 최근 중국 정부가 투자여력이 미흡한 자국 반도체 기업 육성을 위해 1200억위안에 달하는 국부펀드를 신설하며 시장선점에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웨어러블·사물인터넷·자동차 등의 차세대 분야에서 늘어날 반도체 수요물량에 발 빠른 대응이 과제로 남아 있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에너지 산업 전망은 여전히 밝았다. 아프리카·동남아 국가들은 신규 전력망 건설에, 선진 국가들은 기존 전력망 고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스마트그리드·전기차 인프라 시장이 점차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전 세계 스마트폰 등 미디어 기기 보급 확대로 소프트웨어·지식서비스와 인터넷 콘텐츠 산업을 IT강국의 위상을 유지시킬 대안으로 꼽았다. 반면에 이들 C레벨이 꼽은 하향산업은 완제품과 조선, 철강 등 중공업이 각각 40%와 37%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우리나라 6대 주력 산업의 세계 수입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수출 품목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IT, 자동차, 기계, 석유화학 분야의 수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성장률이 크게 둔화된 상태”라며 “이들 주력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수출 성장 동력을 발굴해 육성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