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걸림돌vs디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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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 재계에서는 세월호 사태로 내수가 크게 위축됐다는 말이 많다. 정부가 경제민주화만 강조하면서 대기업 활동을 위축시켰다는 불만도 적지 않게 나왔다. 연말 송년회 자리에서 ‘그 때 이것만 터지지 않았다면 올해 최고에 올랐을 텐데...’라는 식의 푸념도 곳곳에서 들린다.

하지만 돌아보면 주변 여건이 좋았던 해는 극히 드물다. 해마다 많은 일이 벌어졌고, 또 이를 핑계로 올해 성과의 부진을 설명해온 기업가 행태는 거의 매년 반복돼온 셈이다.

올해 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유가상승이 부담이라던 기업에게는 분명히 기회가 됐어야 한다. 환율도 그렇다. 적어도 연말 원달러 환율은 1100원 수준으로 예년 수출기업들이 원하던 수준에 와있다.

정부가 새해 경제계 핵심 키워드로 ‘구조개혁’을 뽑아들었다. 지금 경제 구조로는 국가의 산업 경쟁력 약화를 극복할 수 없는 만큼 선제적 변화를 꾀하고 새로운 경제 체질을 만들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를 두고도 재계의 우려가 적잖이 나온다. 정부 주도의 인위적인 구조개혁이 오히려 기업의 위축만 가져올 것이란 목소리가 벌써 나온다.

전통적으로 여러 사건이나 정책 변화는 누구에게는 기회였고, 누구에게는 위기였다. 영웅은 전쟁을 통해 탄생하고 큰 기업은 사회나 경제계가 급변하는 시기에 세를 키웠다. 더구나 요즘같이 복잡한 세상에서 기업가는 나타날 변화에 흐름을 잘 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두 사람이 길을 걸었다. 길 한복판에 큰 돌이 나타나자 한 사람은 ‘걸림돌’이라 생각했고, 다른 행인은 ‘디딤돌’이라 판단했다. 어떤 사람이 더 성공적으로 여행을 마쳤을 지는 자명하다.

새해가 열흘도 남지 않았다. 무엇보다 접근방식이 중요하다. 새해 나타날 어려움만 확대해서 보기보다는 어떤 기회 요인이 있는 지부터 찾아본다면 연말이 더 가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소재부품산업부 차장·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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