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그 돈, 허투루 쓰면 안 되요. 투자하고 창업하세요.”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지난달 1600명의 퇴직 직원들을 항저우 본사로 초대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알리바바의 성공적 뉴욕 직상장(IPO)으로 벼락 부자가 된 이들 ‘마윈 키즈’가 제2, 제3의 알리바바를 꿈꾸고 있다고 22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알리바바에서 10년간 근무했던 선 슈이화(36)는 마윈 회장 말대로 퇴직 때 챙긴 스톡옵션 500만위안(약 8억8000만원)을 종잣돈으로 항저우에 온라인 유통업체를 설립했다.
지난 8월에 퇴사한 퀴우 진리앙(33) 역시 100만달러 상당의 알리바바 주식을 처분, 온라인 가구 매장을 개설했다.
알리바바를 포함한 중국기업들은 올해만 IPO로 303억달러를 조달했다. 반면에 미국 기업들은 같은 기간 49억7000만달러를 끌어들이는데 그쳤다.
베이징 매트릭스 파트너스의 왕 후아동 파트너는 “마윈의 성공을 직접 목격한 사람들이 자신도 마윈의 뒤를 잇겠다며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스타트업에게 최대 장점은 그들의 고국이 바로 중국이란 점이다. 6억3200만명의 인터넷 사용자를 보유한 중국은 세계 최대의 단일 온라인 비즈니스 시장이다.
언스트&영에 따르면, 올 3분기말 현재 중국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액은 총 81억달러. 지난 한 해 전체 투자액인 35억달러를 이미 두배 이상 초과했다. 이제 중국만이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상대가 됐다.
특히 마윈 키즈들이 대거 친정 고장에 터를 잡으면서 항저우도 덩달아 중국 스타트업의 성지로 떠올랐다.
GGV 캐피탈의 제니 리 파트너는 “올해 중국에서 이뤄진 20개 기업투자건 가운데, 3분 1이 항저우에서 진행됐다”며 “작년만해도 항저우 소재 기업에 대한 투자는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 온라인 금융 플랫폼인 와카이닷컴의 리 지궈 사장은 “항저우발 골드러시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이곳 기업들의 몸값이 수직 상승했다는 것”이라며 “불과 수년전 까지만 해도 100만~200만위안만 있으면 우수한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600만위안으로도 좋은 투자처 한 개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항저우 스타트업의 특징 중 하나는 ‘전자상거래’에 집중해 있다는 점이다. 마윈 키즈들은 수시로 정보를 교류하며 전·현직 알리바바 직원들과 사업 아이디어를 교류한다.
슈이화 씨는 “창업시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내 돈으로 시작할 수 있었던 건 분명 행운 맞다”면서도 “창업 초기 알리바바에 합류했기에 그 행운을 얻을 수 있었고, 그 얘기는 누구보다 더 많이, 더 치열하게 일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