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올해 무기체계 SW국산화 정책 쏟아져…정책 마련은 `수` 현장 적용은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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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방위산업체 A사는 자체 개발한 무기 하드웨어(HW)에 미국 무기 운용체계(OS) 제품을 적용하려 해당 업체 B사에 납품을 요구했다. B사는 갑작스럽게 가격을 갑절 이상 올려 제안했다. B사는 무기체계 OS 세계 시장의 70% 이상, 우리나라 시장의 100%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항공 무기체계를 독자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적용을 거쳐 해외 수출을 추진했다. 그러나 해외 수출 시 항공 무기체계에 적용된 외산 SW 라이선스 규정에 걸려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수출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판매 금액 상당 부분이 해당 SW 라이선스 비용으로 지급됐다. 실질적인 수출 성과는 얼마 안 된 셈이다.

탱크·전함·항공기·유도탄 등 무기체계에 적용되는 SW는 대부분 외산에 의존했다. 결국 자주 국방과 방산 수출에 커다란 걸림돌이 됐다. 무기체계에 적용되는 SW 비율이 최저 60%에서 최고 90%까지 높아졌기 때문에 SW 국산화가 자주 국방에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문제를 해결하려 방위사업청이 칼을 뽑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5개의 무기체계 SW 국산화 정책을 쏟아냈다. 무기체계 SW 업계에서는 방사청의 SW 국산화 정책 추진은 최고 점수인 ‘수’를 주지만 현장 적용은 아직 턱없이 부족한 점수인 ‘양’을 준다.

◇국산 SW 취약분야 집중 개발 강화

방사청은 지난해 본격적으로 무기체계 SW 국산화 정책 마련을 시작했다. 이어 올해도 다수의 관련 정책을 추진했다. 무기체계 SW 국산화 정책은 크게 △SW 국산화 취약분야 개발 강화 △SW 개발 정책지원 방안 마련 △지속적인 발전 기반 구축 세 가지다.

대표적인 정책이 SW 국산화 취약분야 개발이다. 우리나라 군이 사용 중인 무기체계 SW 국산화 비율은 전체적으로 75%다. 그러나 대부분이 응용 SW에 해당되고 OS나 미들웨어 영역에서는 매우 저조하다. 특히 OS는 100% 외산에 의존한다. 미들웨어는 최근 일부 전장관리시스템에 국산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이 적용됐지만 전체적으로는 15% 수준이다.

무기체계 SW 국산화의 가장 취약분야인 OS와 미들웨어 개발에 많은 정책을 추진했다. 방사청은 무기체계 SW를 국산화하고자 무기체계 핵심기술 기획 문서에 SW 국산화 전략을 반영하도록 국방과학기술진흥정책서에 명시했다. SW 국산화 정책 추진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무기체계 SW개발 로드맵도 수립했다. 2032년까지 무기체계 개발에 필요한 SW 개발 계획을 수립, 장기적으로 SW 국산화를 추진한다. 전장관리, 모델링&시뮬레이션(M&S), 고정익·회전항공기 SW 국산화 방안도 마련했다. 새해에는 핵심 SW개발 사업 예산을 올해 8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확대한다. 중장기 핵심 SW 개발사업 예산은 600억원에서 740억원으로 늘린다.

국방 SW 개발 지원 정책도 나왔다. 최초로 국방 중소기업 정책자금 운영 규정을 만들어 올해 네비웍스 등 네 업체에 17억6000만원을 저리로 지원했다. 방산원가 대상 물자에 원가계산 시행 세칙을 개정, 무기체계 내장형 SW 적정 대가 산정 기준도 정립했다.

핵심기술 연구개발 제안서 평가 시 상용SW 국산화 항목과 배점을 반영했다. 무기체계 연구개발 제안서 평가 시에도 SW 국산화 배점을 상향 조정했다. 핵심 기술 개발 단계나 연구개발 단계부터 국산 SW 반영을 명확히 하는 게 목적이다.

지속적인 발전 기반 구축도 추진했다. 국방 SW 공통기술 연구기관으로 국방과학연구소와 방산기술센터를 지정했다. 국방 SW 통합관리체계 운용과 지속적 성능개량, 무기체계 SW 품질향상 방안 마련, 국방SW 중소기업 SW품질향상 지원사업, 우수 국산 SW 소개행사 등도 진행했다.

한장근 방사청 획득기반과장은 “방산업체가 상용SW를 선택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했다”며 “새해부터는 국산 상용 SW 무기체계 적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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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업계, 아직 실질적 효과 못 느껴…DBMS는 성과

방사청의 노력에도 아직까지 무기체계 OS는 100% 외산이 독점한다. 실시간운용체계(RTOS)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 사업 지원까지 받아 개발에 성공했지만 제대로 된 테스트조차 못한다. 방산업체가 외산 SW업체의 무리한 가격 인상으로 ‘플랜B’ 차원으로 국산 RTOS를 개발, 테스트에 성공했지만 양산에는 적용하지 못했다.

국산 무기체계 SW를 개발하고도 적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방산업체가 검증 안 된 국산 SW 적용을 기피해서다. 자칫 검증되지 않은 국산SW 적용으로 무기체계 개발이 실패하거나 완료시점이 지연되면 그만큼 정부나 군에 피해보상을 책임져야 한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무리하게 검증되지 않은 국산 SW를 적용했다 문제가 발생되면 모든 책임은 방산업체가 떠안는다”며 “굳이 방산업체가 검증된 외산 제품을 놔두고 국산을 도입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국산 SW 개발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실제 테스트를 하기 힘든 것도 문제다. 실제로 유도무기에 적용하는 RTOS 등은 실 테스트를 세 발 이상 실시해야 적합성을 인정받는다. 그러나 대형 유도무기는 한 발 테스트하는 데 20억원이 소요된다. 국산 SW 테스트를 위해 탱크 등 지상기동무기나 항공기를 구동시키는 규정 마련이 안 돼 있는 것도 문제다.

일부 정책이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핵심기술 연구개발 제안서 평가 시 상용 SW 국산화 항목·배점 반영은 의도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SW를 HW처럼 크기나 양을 나눠 배점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핵심기술 개발 시 가능한 규모를 최소화해 성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 개발과 유지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런데 핵심기술을 SW 중심으로 개발했다고 가중치를 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SW업체 대표는 “방사청이 많은 정책을 쏟아 내지만 업계가 실질적으로 느끼는 변화는 아직 덜하다”고 말했다.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외산 제품에 비해 상당한 성능 수준에 올라온 국산 DBMS 적용 확대가 성과다. LIG넥스원은 함정 무기체계 표적관리시스템에 리얼타임테크의 인메모리 기반 시·공간DBMS를 적용하기로 했다. 군사작전 훈련시스템인 모델링&시뮬레이션(M&S) 구축에 알티베이스 DBMS가 도입됐다. 최초로 군 C4I에 티맥스데이터의 티베로 제품을 적용했다.

OS 영역에서도 오는 2016년 차기다련장 유도무기체계에 MDS테크놀로지의 RTOS인 ‘네오스’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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