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아이폰6 대란의 불법 지원금 혐의를 두고 형사고발도 불사할 방침이라며 고강도 징계를 예고했다. 단통법 시행 이후 처음 불법 행위가 벌어진 만큼 일벌백계 차원에서 높은 수위의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통신사들은 지난 5일 대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일부 유통점의 잘못’이라는 게 핵심이다. 통신사들은 이번 대란 이후에도 줄곧 ‘다른 통신사가 먼저’ 등을 운운하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정부와 국민들은 통신사들의 이 같은 행태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통신사들의 책임 떠넘기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네 탓이라며 경쟁사에 책임을 떠넘겼다. 판매점과 대리점에 전가하기도 했다. 아이폰6 대란은 판매점의 시간별 단가표를 확인하면 전후사정이 뻔히 드러날 일인데도 당장의 책임 모면에만 치중했다.
문제의 11월 1일 A 업체가 먼저 리베이트를 과다 지급하지 않았다면 B 업체가 지급했을 공산이 크다. 다시 말해 ‘누가 먼저 했는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통신사 스스로가 과당경쟁으로 인한 폐단을 막고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문화가 정착되고 불법이 재발하지 않도록 통신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일부 판매점에 따르면 수능이 끝난 지난 주말 일부 통신사 리베이트가 급격히 늘었다가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다행히 대란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상당수 사용자가 제2의 아이폰 6대란을 기대하며 휴대폰 구매를 미루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통신사가 책임 떠넘기기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정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대란은 언제고 또 발생한다. 통신 시장에 혼란이 가중되면 단통법은 몇 달이 지나도 연착륙할 수 없다. 시장은 얼어붙고 그 손해는 고스란히 고객과 통신사에 돌아간다. 과도한 경쟁에 따른 비방과 꼼수를 막고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