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콜센터 상담원은 슈퍼맨인가

업무 기술의 발달로 반복적이고 일상적이며 예측 가능한 일들이 쉽게 처리되면서 인간은 더욱 복잡한 일을 떠맡게 됐다. 기술의 영향을 받지 않는 직종은 거의 없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콜센터는 새로운 도전에 맞닥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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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셀프서비스에 익숙한 고객들은 콜센터가 왜 필요한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셀프서비스로 지금의 고객 센터는 2020년에는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어느 미래연구팀이 진행한 2020년 전망 조사에서 응답자의 54%는 인간이 과학기술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하고 감정적인 콜센터 업무를 처리하게 될 것으로 예견했다.

이 복잡하고 감정적인 업무는 누가 처리해야 할까? 저임금·미숙련의 하급 직원이 처리하는 것이 타당할까? 이론상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지만 현실적으로는 오늘날 수많은 콜센터의 답은 아직도 ‘그렇다’다.

한 콜센터 전략가는 이렇게 정리한다. “고객들은 점점 더 복잡한 문제를 갖고 콜센터를 찾는다. 그런데 콜센터 상담원들은 10년 전과 동일한 임금을 받으며 6개월마다 옮겨 다녀야 하는 지속 불가능한 자리에서 일한다. 상담원들에게 전문가의 문제해결 능력을 기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단순히 전화를 받는 사람일 뿐이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문제 해결 능력은 상담원뿐 아니라 이들을 관리하는 관리자들에게도 필요하다. 숙련된 상담원들이 복잡한 콜업무를 처리하는 상황이라면 콜센터 관리자는 실무 관리와 통제를 넘어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콜센터 관리자 62%는 2020년이면 자신들이 고객 경험의 첨병이 될 것이라 믿고 있다.

관리자에게는 고객이 몇 번을 전화했는지 세거나 서비스 품질을 모니터링하는 수준을 넘어 왜 고객이 전화를 하게 됐는지 파악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 가령, 웹사이트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인터넷 팀을 통해 신속하게 고객사에 알려야 할 뿐 아니라 빗발치게 될 고객 문의에 대처할 내부 자원을 신속히 준비해야 한다.

상담원이나 관리자가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그리고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에 합당한 도구와 장비를 갖춰야 한다. 콜센터 상담원은 특공대가 아니다. 그들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그리고 안정적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콜센터에서 접수된 고객 불만사항들을 일선에서 해결하기보다는 해당 부서와 연결해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문제 해결을 이뤄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모든 슈퍼히어로에게는 멘토가 필요한 것처럼 상담원과 관리자에게는 고객 경험이 제대로 우선순위를 받도록 하기 위해 경영진의 든든한 지원이 필요하다. 경영진으로부터 고객 경험의 중요성과 콜센터의 중요성을 인정받기만 한다면 큰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콜센터의 강력한 지원 시스템을 갖춘다면 고객의 요구조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으며,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대응으로 기업의 가치를 올리는 절호의 기회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감정노동의 상징이 돼버린 콜센터 상담원들이 기업의 가치를 올리는 첨병이 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맞대응할 수 있는 도구를 쥐어줘야 한다. 그럴 때 그들은 홀대 받는 말단 직원들이 아니라 회사를 떠받치는 슈퍼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성대 BT코리아 대표 sungdae.kim@b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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