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무차별적인 방송 결합상품 마케팅을 사실상 방치하면서 유료방송 생태계가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 방통위는 융합 서비스에 대한 담당 부서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2010년 이후 통신사 결합판매 위반사례를 단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방통위와 업계에 따르면 2007년 59.8%였던 통신 3사 결합상품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83.2%까지 치솟았다. 유선통신과 이동통신시장에서 지배력을 가진 통신사들이 결합 할인상품 경쟁을 벌이면서 통신 상품 가입자에게 유료방송을 사실상 공짜로 제공하는 ‘끼워 팔기’ 상품도 속속 등장했다.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자료를 내고 “통신 3사가 결합상품 보조금을 상한인 25만원보다 세 배 이상 많은 80만원까지 지급하고 있다”면서 “방송 상품이 미끼 상품으로 전락하면서 유료방송시장이 저가 구조로 고착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결합상품 규제가 완화된 2009년을 전후로 IPTV 가입자 증가율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3사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2010년 27.8%에서 올해 상반기 43.7%로 불과 3년 반 만에 15.9%포인트나 증가했다. 반대로 주요 케이블 TV방송사는 잇따른 인수합병을 단행한 CJ헬로비전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입자가 급감했다. 통신 3사를 제외한 유료방송사업자의 결합상품 시장점유율도 2007년 40.2%에서 16.8%로 급락했다.
이 때문에 통신사의 무차별적인 결합상품 마케팅에 모니터링과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속수무책으로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상호 의원실에 따르면 방통위는 2010년 이후 통신업체들의 결합판매 위반행위를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방통위 방송정책국 관계자는 “유무선 결합상품은 경계가 모호하다”면서 “결합상품 문제를 현재 조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방송을 담당하는 우리 부서에서 통신사를 규제해도 되는지는 생각해볼 문제”라고 덧붙였다.
방통위에서 통신규제를 담당하는 이용자정책국 관계자도 “방송 문제는 방송정책국이 담당한다”면서 “결합상품은 본질적으로 유선상품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초고속 인터넷을 중심으로 결합상품을 조사한다”고 말했다.
무차별 결합상품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대책은 결국 방송콘텐츠 질 저하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결합상품이 본래의 긍정적 기능을 살리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위반행위에 강력한 정부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통위 방송정책국 관계자는 “관련부서와 협의해 문제를 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