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터키의 젊은이 사이에서 의학보다 인기 있는 학과가 IT 입니다.”
아르슬란 하칸 옥찰 주한 터키 대사(60)는 최근 변화하고 있는 터키 내 IT 위상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의학과 IT 모두 전문 직군이지만 산업의 성장성이나 흥미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터키에서는 최근 IT 산업에 대한 관심도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터키는 전 세계적으로 젊은 인구가 많은 나라에 속한다. 터키 전체 인구 약 7700만 명 중에 3분의 2이상이 만 15세~65세이다. 터키는 유럽연합(EU)국가 중 4번째로 많은 노동인구를 가지고 있다. 전체 인구 10명 중 2.5명이 15세 이하다.
IT는 보통 젊은 세대에게 더 익숙하다. 젊은 층이 두터운 인구 구조는 IT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밑바탕이 된다. 터키는 모바일 기기 보급률도 80%가 넘는다. 터키의 페이스북 사용률은 전 세계 1위다. 다수의 외신에서 차세대 실리콘밸리 허브로 터키를 꼽는 이유다.
그는 “터키는 국가적으로도 IT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스마트 교육에 많은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며 “최근 정부에서는 터키 초등학교에 ‘1학생 1태블릿 PC’ 정책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다소 보수적이었던 터키 학교 교육에도 IT가 침투했고 이제 교육에서 스마트 기기가 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IT 산업이 부흥하면 우호적인 창업 토대가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터키 정부도 적극적으로 스타트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옥찰 대사는 ‘테크노파크(Techno Park)’를 가장 대표적인 터키 창업 육성책으로 꼽았다.
터키의 테크노파크는 대학교 캠퍼스에 조성된 벤처기업 육성 센터다. 터키 전역에 약 40여개가 있는데, 입주기업은 2000여 개가 넘는다. 정부에서는 세금 면제, 투자연계 등 다방면으로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고 있다.
옥찰 대사는 “자본은 없지만 좋은 사업 아이디어가 있는 젊은이에게 기회를 주는 곳이 바로 테크노파크”라며 “테크노파크 출신으로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넓히고 있는 성공적인 스타트업도 탄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옥찰 대사는 터키에서 IT 창업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에 대해 다른 시각도 제시했다.
“전 세계적으로 젊은 인구가 일자리 전쟁을 치르고 있다. 터키에도 기존 기업에 들어가기가 힘들어 자생력을 키워 창업에 도전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고 대사는 말했다.
터키는 독특한 지정학적 위치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교 국가다. 동서교역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무한한 성장잠재력을 가진 나라로 평가 받는다.
미국 월가에선 경제성장이 유망한 4개국인 멕시코,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터키를 묶어 민트(MINTs)라는 신조어로 표현하기도 했다. 터키의 최근 10년간 연평균 경제 성장률은 6%이다.
한국과의 교역도 활발하다. 2012년 8월 정식적으로 한-터키 FTA가 체결됐다. 옥찰 대사는 오래전부터 ‘형제의 국가’로 불린 두 국가는 앞으로도 함께할 사업 영역이 많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국과 터키의 자유무역협정(FTA) 가운데 서비스·투자 부문은 내년 상반기까지 정식 서명될 예정이다. 옥찰 대사는 “터키는 한국보다는 임금이 저렴하지만 숙련되고 우수한 노동력이 많다.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제조업, IT 회사가 터키와 협업할 수 있는 여지는 무한하다”며 “이미 터키에선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 등이 들어와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부임한지 10개월이 넘어가는 옥찰대사의 목표는 한국과 터키 간에 보다 진전된 파트너십을 맺는데 일조하는 것이다.
옥찰 대사는 “한국과 터키 국민은 서로 간 서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과 터키 간 경제, 문화, 사회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좋은 우방국가로의 끈끈한 우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주한터키대사로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슬란 하칸 옥찰 주한 터키 대사
△1954년 출생
△1977년 터키 앙카라 대학 졸업
△1981~1983년 주리비아 벵가지 터키 영사관 부영사
△1983~1987년 주독일 뮌스터 영사관 부영사
△1987~1989년 재무행정부 수석 비서
△1989~1992년 벨기에 브뤼셀 나토 터키위원단 수석비서
△1992~1995년 주그리스 코모티니 영사
△1997~1999년 주독일 본 터키대사
△1999~2001년 주독일 베를린 터키대사
△2001~2004년 MFA 부회장
△2004~2008년 주나이지리아 터키대사
△2008~2010년 주마케도니아 스토페 터키대사
△2010~2013년 중앙 유럽 MFA 단체장
△2014년 주한 터키대사 부임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