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ITS로 교통안전 선진국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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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5092명이나 된다. 10년 동안 이어진 월남전 전사자와 비슷한 수니, 우리 국민은 월남전보다 열 배나 치열한 정글전을 매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역대 정부마다 도로 환경 개선, 교통안전시설 확충, 교통문화 홍보 등 많은 방법으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 1년에 1만명이 넘던 교통사고 사망자가 5000명대로 줄기는 했지만 아직도 OECD 최고 수준의 교통사고 사망률을 보이는 것이 우리나라의 교통현실이다. 교통사고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교통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2012년 23조59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후진적인 교통안전 체계와 교통문화가 우리나라가 ‘30-50 클럽’에 진입하는 것을 그동안 가로 막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범국가 차원의 혁신적 교통안전 정책 수립이 시급한 때다.

ICT 최강국인 우리나라에서는 그 해답도 ICT에서 찾을 수 있다.

교통의 화두인 소통과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방법으로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한 지능형교통체계 ITS(Intelligent Transport System)가 그 해답이다.

도로별로 교통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교통사고 발생 시 자동차가 사고내용을 자동으로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은 신호를 제어함으로써 교통순찰차와 구급차가 빠르게 현장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하면 귀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안개 등 도로상 기상 이변이 발생하면 구간을 운행하는 차량에 자동으로 경고를 발령해 자동으로 운행속도를 줄이게만 해도 사고발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보험회사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난폭 운전자를 가려내고, 이들에게 더 많은 보험금을 내도록 해 건전한 안전운전문화가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광역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ITS 도입에 상당한 투자를 해왔다. 버스가 언제 오는지 알려주는 버스정보 시스템, 카드 한 장으로 대중교통을 모두 환승할 수 있는 시스템 등으로 승객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지만 교통안전분야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안전 분야의 ITS가 늦은 이유는, ITS가 도로를 중심으로 구축되는 특성이 있어 ITS 전용 차량장치와 통신 인프라가 필요하고 여러 기관의 협업이 필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ITS 전용 인프라가 부분적으로 설치·운영되고 있다.

경찰청의 도시교통정보시스템(UTIS)과 도로공사의 스마트 하이웨이 등 ITS 전용 인프라가 대표적인 예다.

문제는 교통시스템이 가진 ‘비분리성’ 때문에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경찰청 UTIS는 수도권과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만 완공돼 반쪽이고, 스마트 하이웨이는 전국 고속도로에 설치돼 있으나 차량과의 텔레매틱스 통신 수단이 없어 반쪽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소통과 안전 관련 ITS 통신 인프라는10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미완이고, 기관 사이의 연결도 제대로 되지 않아서 투자한 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단의 조치 없이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일 수 없다.

ITS는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부3.0의 정책이념에 가장 잘 맞는 사업이다. 여러 부처에 산재된 교통관련 정보를 개방·공유하고, 부처 간 협업을 이룩하고, 그래서 국민이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국가적 저력을 발휘해 ITS 기반의 교통안전 세계 1등 국가를 만들자.

안문석 고려대 명예교수 ahnms@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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