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루시(Lu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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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Lucy)는 9월 개봉한 영화다. 프랑스 감독 뤽 베송이 연출했고 스칼렛 요한슨, 모건 프리먼, 최민식 등이 연기했다.

모티프는 간단하다. ‘인간이 뇌를 100% 사용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에 대한 호기심이 영화를 이끌어간다. 이 호기심은 진부한 것이어서 영화 주제로는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당연히 예상을 뛰어넘는 신선한 결론이 요구된다. 영화는 흥미보다는 철학적 깊이를 택했다. 이야기는 평범했지만 영화가 던진 물음은 진지했다.

영화에서 최민식은 조폭 두목, 스칼렛 요한슨은 어쩌다 특수마약을 운반하게 된 여성, 모건 프리먼은 뇌 과학 교수로 분했다.

영화는 두 줄기로 흐른다. 한편에선 우발적으로 마약에 노출된 스칼렛 요한슨이 초능력을 얻게 된다. 단 몇 분 만에 1000페이지가 넘는 과학 논문을 외우고, 물체를 원격 조종하기도 한다. 사실은 초능력이 아니었다. 뇌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나타난 반응이었다.

모건 프리먼은 20년간의 뇌 과학 연구 성과를 발표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뇌를 100% 사용하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마약이 힘의 원천임을 안 스칼렛 요한슨은 일부러 마약을 더 먹는다. 뇌사용량은 점점 증가한다. 그러나 몸이 버티지 못한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교수를 만난다. 두 사람은 한 대학연구실에서 조우한다. 이때 최민식이 마약을 뺏기 위해 쳐들어온다. 스칼렛 요한슨은 남은 마약을 몽땅 투여하고 드디어 뇌사용량 100%에 도달한다.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그는 인류의 모든 지식을 습득하고 창조의 비밀을 푼다(푸는 것처럼 그려진다). 그리고 이를 후세에 남기기 위해 컴퓨터에 접속한다. 끝내는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엔 USB 메모리만 남는다. 그 순간 현장에 있던 경찰 반장 휴대폰으로 메시지가 뜬다. ‘나는 어디에나 있다.’

영화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떠올리게 한다. 모건 프리먼도 영화 초반 ‘세포는 정보를 후대에 남기려고 한다’고 말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스칼렛 요한슨은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한 세포가 된다. 모든 것을 알고 모든 사람에게 그 정보를 남겼으니 말이다. 물론 이기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자신 이외의 것에 대한 정보를 남겼으니까.

영화의 결론은 범신론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신적 경지에 오른 뒤 모든 곳에 편재하는 존재가 됐다고 볼 수도 있다. 범신론자들은 신이 모든 곳, 모든 것에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영화는 뇌 사용량이 급증한 스칼렛 요한슨의 입을 빌어 다음과 같은 명대사도 던진다. “우린 스스로 이해할 만한 수준으로 자신의 존재를 축소했어요. 우리 존재의 무한함을 외면하기 위해 인위적 잣대를 만든 거죠.” 어쩌면 알 듯 모를 듯한 결론보다도 영화 중 스쳐가는 이 대사가 더 큰 생각거리를 던져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존재인지도.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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