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원자력산업은 한마디로 위기다.
매스컴에 보도된 대로 어느 지자체는 이미 적법한 절차를 거쳐 고시된 원자력발전소 부지 지정고시를 무효화시키려고, 주민투표 방안을 들고 나온 상태이다.
정부는 해당 지정고시는 2년 전에 동일한 지자체에서 96% 찬성의 서류를 첨부해 자체 신청에 의거 결정된 것이기에 이번 주민투표는 그 자체가 법적 효력이 없음을 확실히 하고 있다.
원전부지 지정고시 찬반에 대한 그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반 원자력 단체가 반대여론을 점점 더 늘려간다는데 있다.
지방자치단체 반대에 부딪혀 국가사업인 원전사업이 과연 잘 진전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지만 이의 해결은 원자력에 대한 소통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해 나갈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본다.
원자력 실상을 있는 그대로 국민과 주민에게 알리는 양방향의 노력이 필요하다. 국제 에너지수급에서의 현실적인 문제점은 물론이고 이미 국제 규제의 의무사항으로 떠오른 온실가스 감축관련 현안 등에서 원전의 안전성을 전제로 원자력의 역할과 대책이 홍보돼야 한다. 최선의 방안이 적절치 못하면 차선을 택해야 한다. 화석 에너지자원이 전무한 우리나라로서는 다른 나라와 차별화된 대책이 전제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과거 일방적인 에너지문제와 원자력 역할만 강조하는 홍보를 하다 보니 얼마 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원전사고의 충격이 안전성 측면에서 반핵단체 및 오피니언 리더들의 적극적인 원전 반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형세다.
주민 표에 의해 선출되는 지자체장은 어떻게 보면 국익보다는 선거판에서 당선에 더 우선을 두게 되는 형국이 되면서 원전 지역 지자체 장 또는 후보들은 안전성을 빌미로 원전을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일단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가장 그럴듯한 방법의 하나가 그 지역을 대상으로 한 주민투표다. 대의명분을 쌓고자 하는 것이다. 며칠 전 끝난 주민투표의 결과는 반대가 84.97%라고 발표됐다.
매스컴은 주민투표 자체가 요건을 갖추었는지에 대해 논평하며, 참여 주민 수가 전체 6만여명의 과반을 넘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전체 주민 숫자에서 따져보면 반대가 40%가 채 안 된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정부는 주민투표 자체가 법적 요건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말이다.
원전사업 추진은 과거와 달리 매우 어렵게 전개되고 있다. 적절한 대안 제시 없이 원전 반대와 이를 이끄는 반 원자력 여론이 날로 증가되는 현상을 보면서 걱정이 앞선다.
일반적으로 반 원자력 단체나 반 원자력을 주창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일부는 그럴듯하게 포장돼 있지만 실제와 동 떨어진 오해나 오류가 대부분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그들의 주장을 일목요연하게 요약하고 대응방안을 정리하면 원자력 바로 알리기 차원의 양방향 소통의 장에 필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이번 지자체의 주민투표가 매스컴의 뉴스를 타게 되는 그 자체가 반 원자력 단체에게는 손해 볼 일이 없다고 본다. 반대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반대 세력이 점점 강해 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늦은 감이 들지만, 지금이라도 보다 적극적이고 조직적으로 일반 대중과 국민을 대상으로 소통해 나가는 길 밖에 없다. 바로 원자력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눈높이에 맞추어 홍보하는 일이다.
세계 속의 한국호가 나아가는 방향에서 에너지의 자립 없이는 한국의 미래는 순탄하지 못할 것은 뻔하다. 당장은 석탄, 석유, 가스의 역할이 어느 정도 지속되겠지만 우리나라의 에너지수급 문제이다. 석유수입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석유, 석탄 등 해외에서 에너지 수입 금액이 무려 1100억달러, 전체 수입의 30%를 상회한다. 이러한 화석연료 수입에 따라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은 세계 톱을 기록하고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세계 8위에 올라와 있다. 온실가스 방출에 대한 감축 규제는 이미 시작되었고 연간 약 6억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감축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이산화탄소 톤당 약 25~30달러의 탄소 거래세를 지불해야 된다.
잘못 알려져 오해를 사고 있는 원자력의 진실을 잘 정리해 이를 알기 쉽게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 소통한다면 그동안 원자력이 한국경제개발에 기여한 공로는 물론이고 세계 속에 한국호가 순행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이익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전문연구위원 ikhlee1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