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위협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정부도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도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인다. 산업계에는 중국이란 거대한 상대를 이제 본격적으로 맞닥뜨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팽배하다.
FTA가 체결되면 관세가 인하되고 수출기업은 무역장벽의 철폐로 시장이 확대돼 경쟁력이 증가한다는 기존 기대감과 중국에 대한 공포가 공존하고 있다.
몇 년전만해도 우리나라는 무역 의존도가 높고 특히 대중국 무역이 전체 수출의 30%를 웃돌만큼 크다는 점에서 한·중 FTA에 거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기대감은 중국 기업의 무서운 성장과 함께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감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가 최고라고 자부하는 IT 분야와 아시아에 뿌리내린 콘텐츠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 수출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스마트폰이 대표적이다. 삼성과 LG가 각각 글로벌 1위와 3위를 지키고 있지만 샤오미나 화웨이처럼 위협은 언제나 등장할 수 있다.
서비스 분야 가운데 하나인 게임과 애니메이션, 방송 등 콘텐츠 산업 분야는 규제 이슈와 지식재산권 보호 이슈를 넘지 못한다면 별로 얻을 게 없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중국의 규제가 워낙 철저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그간 방송과 영화 등에서 해외 콘텐츠에 대한 제한적 허가(쿼터)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인터넷까지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톡 서비스가 중국에서 일방적으로 중지된 것이 대표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규제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우리가 강점을 가진 인터넷·문화 콘텐츠가 파고 들 영역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중 FTA에 속도를 내기보다 한중 공동제작이나 각 분야별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한·중FTA를 총괄해 협상하는 정부 관계자도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중 FTA가 국내 산업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커 신중히 협상에 임할 것”이라며 “양국 정부가 테이블에 앉아 사인을 하는 가서명 시기를 못박아 놓고 협의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방어적인 자세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문화부 고위 관계자는 “한중 FTA라는 큰 틀을 통해 국가간 교류가 진행되면 중국 정부가 취하는 규제도 점차 누그러질 것”이라며 “FTA를 통해 시장진출의 걸림돌인 규제를 최소화하고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틀을 갖추면 문화산업에도 고용과 시장 파이를 키우는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