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3개 ICT 중점기술 표준화 전략맵을 발표하면서 향후 주요 ICT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기술 표준을 주도할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마련됐다. 특히 5세대 이동통신(5G)을 비롯한 핵심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표준은 상호운용성과 호환성을 위한 약속이다. 표준을 지키지 않으면 서로 다른 서비스와 단말기 간에 통신이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은 산업은 발전이 힘들다.
정부가 이번 표준화 로드맵에 포함시킨 기술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5G 이동통신 기술이다. 정부는 이번에 마련한 로드맵에 따라 2018년 이후 5G 표준을 제정할 계획이다. 어떤 방식으로 구현될지, 5G로 가능한 서비스는 무엇인지 다양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노키아, 에릭슨, 알카텔을 비롯한 글로벌 통신 기업이 국제 단체에서 5G 표준을 주도하기 위한 주도권 싸움이 한창이다.
여기에 SK텔레콤과 KT 등 국내 통신사에서 개발한 기술이 국제 표준에 반영되면 5G 시장에서 국내 통신, 장비, 서비스 업체들의 해외 진출과 시장 선점이 그만큼 유리해질 전망이다. 상호 연계를 기반으로 하는 ICT 산업의 특성상 5G 표준을 주도하는 기업이 시장을 주도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ICT 국제표준 선도를 위한 표준화 청사진을 발표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특히 거대 시장이 예상되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3D프린팅, 스마트 의료를 포함한 ICT 융·복합 기술 표준화 전략이 포함돼 업계 기대가 크다.
미국 의회 청문회 자료에 따르면 국제 무역의 80% 이상이 표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영국은 비표준 제품을 사용할 때 개발 비용이 5~12% 상승하고 정보화 프로젝트는 최대 24%까지 개발 기간이 지연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무엇보다 한 기업이 제안한 표준이 세계 표준으로 채택되면 관련 산업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표준특허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후발에는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김형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표준센터장은 “우리나라는 국제 표준화 기구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상당히 높지만 기업 주도 사실표준화 분야에서는 참여가 거의 없으며 표준 전문가 층도 엷은 게 사실”이라며 “정부의 전략맵으로 표준화를 진행할 때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어 전반적인 표준화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재섭 KAIST 연구위원이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표준화 총국장으로 선출됐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ICT 글로벌 리더십을 인정받은 쾌거이자 ICT 강국으로 도약할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ITU 표준화 총국장 선임과 정부의 ICT 중점기술 표준화 전략맵 발표로 우리나라의 ICT 글로벌 리더십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