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이 일명 ‘인공태양’으로 불리우는 핵융합발전을 10년 내 상용화하겠다고 나섰다. 반응기(방사능 물질 분열이 일어나는 공간) 크기를 현재보다 10분의 1로 줄인 핵융합발전 기술을 개발해 10년 안에 가동하겠다고 발표했다. 성공하면 화력·원자력 발전을 대체할 꿈의 에너지 시대가 도래한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록히드마틴은 자사가 개발한 소형 핵융합 반응기
기술을 이용해 10년 안에 핵융합발전을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15일(현지시각) 밝혔다.
핵융합발전은 원자력 발전과 반대 원리를 이용한다. 원자력발전은 무거운 원소의 핵이 분열하면서 방출하는 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핵융합발전은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소들의 핵이 결합할 때 질량결손에 의해 방출되는 에너지를 이용한다. 원자력발전에 비해 안전성이 뛰어나고 핵폐기물도 발생하지 않는데다 저렴해 차세대 전력원으로 주목 받고 있지만 풀어야 할 기술적 난제가 많아 상용화는 요원해 보였다.
톰 맥기어 록히드 비밀프로젝트(스컹크 웍스)장은 “첫번째 단계로 7×10피트 크기의 소형 반응기에서 100메가와트(㎽) 전기 생산 가능성을 시연했다”며 “화물차 적재칸에 실릴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크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록히드는 지난 60년간 핵융합을 연구해 왔고, 지난 4년간 비밀리에 이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며 “1년 안에 소형 반응기를 제작하고 5년 내에 시제품을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회사는 앞으로 관련 특허를 개방해 학계·업계·정부와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핵융합발전은 화석연료보다 1000만배 효율성이 좋아질 수 있어 상용화되면 전 세계 발전량 중 약 40~50%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가동에 성공하면 우선 미 해군 군함 등에 적용한 뒤 일반 산업군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발표에 대해 학계에서는 회의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록히드가 공개한 컴팩트융합 반응기(CFR) 디자인 때문이다. 기존 핵융합 관련 연구는 주로 구조가 복잡한 ‘토카막(tokamak, 플라즈마를 가두기 위한 도넛모양 용기)’ 방식을 사용하고 있지만 록히드는 구조가 단순한 ‘자기경(마그네틱 미러)’ 방식을 썼다.
톰 자보 워싱턴대 핵융합연구소 항공우주학 교수는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보낸 메일에서 “록히드 CFR가 워싱턴대가 개발한 토카막보다 효율이 4배 떨어진다”고 말했다. 스와데시 마하얀 텍사스대의 열핵반응플라즈마물리학자는 록히드 CFR 크기를 거론하면서 “그 정도 열량을 제어할 수 있는 물질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하일 자른스토프 프린스턴 플라즈마물리학실험실장은 “보도자료 외에 실험 결과에 관한 과학 보고서가 전혀 없다”며 의문을 나타내면서도 “흥미로운 컨셉트이기는 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장호건 국가핵융합연구소 핵융합이론센터 부센터장(박사)은 “플라즈마 물리학 관점에서 록히드가 내놓은 방식으로는 플라즈마 입자를 가둘 수 없다는 게 이미 판명됐다”며 “성공하면 좋겠지만 상당히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