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경부가 풍력발전기의 생태자연 1등급지 설치 규제를 완화했다. 앞서 이뤄진 산림청의 풍력사업 허가 면적 확대 조치까지 따지면 사실상 풍력분야 대표 규제가 거의 사라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환경 훼손을 우려하지만 사업 가능 지역을 선별하고 환경보호대책을 마련토록 하는 등 난개발을 막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대못 규제가 사라지면서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이번 조치로 13만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208㎿ 규모, 7개 사업이 당장 추진된다는 소식이다. 또 수많은 사업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정말 그럴까. 현재 예정 중인 육상풍력사업은 50여군데, 총 1.8GW에 달한다. 원자력 발전소 2기 설비용량과 맞먹는 막대한 규모다. 더불어 정부가 주도하는 2GW 규모 해상풍력사업도 올해부터 속도가 나고 있다. 해외 기업의 관심이 뜨거운 이유다. 중국 골드윈드가 국내 지사 설립에 나섰고 베스타스, 지멘스, 알스톰 등 다른 글로벌 기업도 한국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에 국내 발전기 제조기업은 최근 사업 축소 움직임을 보일 정도로 소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수년간 계속된 불황으로 실적을 확보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신규 투자마저 어려워졌다. 해외기업과의 경쟁력 격차를 좁히지도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이 확대된다 해도 우리 기업이 수혜를 누리기는 어렵다는 것이 냉정한 평가다. 상황을 말해주듯 최근 60㎿ 규모 풍력발전단지 주기기 입찰에 국내 제조업체는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사업주가 원하는 가격에 발전기를 공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이라면 규제 개선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자국 시장을 발판으로 실적을 확보하고 세계 시장에 진출하다는 초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체 사업 개발과 유지보수 기간 연장 등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우리 기업의 전략적 대응과 사업의지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