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국제광산업전시회] 특별기고-윤장현 광주시장 ‘솔개와 광주광산업’

솔개는 오래 사는 조류다. 최장 70년 이상까지도 산다. 이런 솔개는 부화한 지 40년이 되면 중요한 선택을 한다. 현재의 익숙하고 편안한 삶을 유지할지 아니면 고통스럽지만 부리와 발톱을 깰 것인지를 놓고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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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개는 마흔살이 되면 발톱이 노화해 사냥감을 효과적으로 잡아챌 수 없고 부리와 깃털도 길게 자라 하늘로 날아오르기 힘들어진다.

현재의 익숙한 삶을 선택할 경우 당장은 편할지 모르지만 머지않아 사냥을 할 수 없게 된다. 반면에 고통스러운 수행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부리와 발톱을 얻고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해 30년의 수명을 더 누리게 된다.

광주광산업이 지금 솔개와 같은 선택의 시점에 와 있다.

‘빛의 도시’란 이름에 걸맞게 광산업을 집중 육성해 광주의 먹거리로 삼자는 야심찬 시도는 일정 부분 성공한 듯 보였다.

LED, 광통신, 레이저 등 광 관련 기업과 기관 등 수백 곳이 밀집된 국내 최대 광산업 클러스터가 구축됐다. 정부도 10여 년 전부터 8500억여원을 투입했다. 지난 2012년에는 지역전략산업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탄탄대로를 달릴 것만 같았던 광주광산업은 정체상태에 빠져 있다.

기대와 달리 LED 조명시장이 쉽게 열리지 않고, 중국의 추격이 거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012년 지역전략산업진흥사업이 종료되면서 광주광산업에 대한 정부지원도 대폭 축소됐다.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당장 틈새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가 필요하다. 장미빛 전망에만 젖어 있어선 미래가 없다. 솔개처럼 광산업도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장단점을 파악해 보완하며 키울 부분은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해서 키워야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위기극복을 위한 기관과 기업들의 체질 개선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LED기업들은 타 산업과 결합해 융합모델을 만들고 있다. 자동차에 활용되는 최첨단 통신기술과 전장제품, 디스플레이, LED조명 등을 개발해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뭉쳐야 산다’는 말처럼 중소기업이 힘을 모아 협동조합을 구성하는 등 차별화된 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광산업은 타 산업과 융합이 용이한 첨단산업이다. 10여년간 광산업을 키워온 노하우와 경험은 누구도 넘볼 수 없다. 광산업 자체를 따로 떼어내기보다는 자동차, 의료, 농업 등과 연계해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발전 잠재력이 크고 일자리 창출과 같은 시너지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와 LG이노텍, 현대모비스 등 대기업이 시장을 선도하고 중소기업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유기적 공조체제가 필요하다. 광주와 나주혁신도시로 이전하는 한국전력과 에너지기술연구원 등과의 협조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모색해볼 만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민선 6기 핵심시책으로 그린카 혁신클러스터 조성과 전기차, 수소전지차 등 미래형 친환경자동차 핵심부품 생산단지 조성 등을 내용으로 하는 광주자동차밸리 육성사업을 중점 추진한다는 점이다.

그간 축적된 광주광산업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융합을 모색할 경우 광산업의 재도약은 물론 자동차산업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공든탑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기초가 튼튼해야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 광산업을 거대한 우주로 비유할 때 LED·광통신·적외선렌즈 등은 작은 행성에 불과하다. 그만큼 광산업은 발전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광융·복합 분야 신산업을 발굴하고 국비확보에도 주력해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광주광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산학연관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 ‘민선 6기 광산업 발전방안’을 수립해 추진할 계획이다.

낙후된 광주 지역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는 첨단산업이다.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과 함께 정부의 육성의지도 병행되어야 한다.

윤장현 광주시장 imyoon8914@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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