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과학 임무를 수행하던 주인공은 휴스턴에서조차 가정하지 못하던 천재지변을 만나게 된다. 생존을 위해 우주선을 넘나들며 결국 지구로 귀환한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그래비티(Gravity)의 줄거리다.
영화에선 탈출용 소유즈의 시스템이 워낙 오래되고 거의 아날로그 비슷한 수준의 조작으로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에서 소유즈 조정 훈련을 받은 주인공조차 힘겨워 하는 하드웨어 구성을 볼 수 있다.
영화에서 탈출용으로 등장한 우주선은 구소련의 소유즈를 복제해 만든 중국제 우주선이다. 재미있는 건 소유즈를 제어하는 컴퓨터의 CPU가 5Hz라는 것이다. 초당 5번 연산한다는 얘기다. 맥북프로 13인치가 2.5GHz라는 점과 견주면 5억분의 1 성능으로 우주선을 제어하는 셈이다.
산업용과 군사용, 극한 환경에서 동작해야 하는 프로세서의 경우 성능이 좋아진다고 업그레이드를 그냥 해버렸다가는 에러가 나거나 장애가 발생했을 때 자칫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 주로 안정성 위주로 긴 검증 과정을 거친다.
이런 이유로 나사가 화성으로 보낸 다목적 과학 로봇인 큐리오시티의 경우 200MHz짜리 IBM RAD750 프로세서를 썼다. 성능보다 안정성을 우선한 결과다. 2004년 발사한 스피릿 역시 10년 이상 검증된 20MHz짜리 IBM RAD6000 프로세서에 메모리 128MB를 곁들였다.
나사의 우주선처럼 영상 100도 이상, 영하 125 이하 극한 환경에서 동작하는 프로세서는 10년 이상 검증을 거쳐야 사용할 수 있다. CPU는 동작하면서 고열을 낸다. 열로 인한 장애를 줄이기 위해 원래 CPU 클록을 낮춰서 발열을 줄여서라도 쓰는 게 산업, 군사, 우주용 프로세서의 특징이다.
◇ 美 기업은 왜 클라우드로 이전할까=우주선 CPU보다 못하지만 그만큼 보수적인 시장은 기업 시장이다. 윈도 9x 버전에서만 동작하는 소매점 프로그램을 최근에도 본 적이 있다. 많은 항공사가 윈도 3.1이나 그 이하 환경에서 서비스를 하는 실정이다. 미국 주정부 전산 통계를 살펴볼 때 코볼과 포트란이 낯설지 않고 IBM 메인프레임이 아직도 주력이라고 한다.
프로그램이 오래되다 보니 PC와 서버 역시 노후화되는 걸 피할 수 없다. 보수적인 기업 전산에 있어서 서버 고장은 통계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다. 서버 수량이 수백 대 이상이고 3년 이상 운영했다면 2∼3일에 1대 정도 서버는 통계적으로 장애가 발생한다. 기업 입장에선 서버 장애가 기업 안정성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인이 되는 것이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기업 전산의 대안으로 클라우드 서비스가 기업 서버 시장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클라우드는 서버 데이터를 이중화 백업
오래된 서버 OS에 대한 보안 문제와 마이그레이션 문제 대응
자원을 최적화해서 사용
대부분 기업용 서버는 10% 이하 CPU 점유율과 메모리를 이용한다.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대목에는 고정된 서버를 보유한 기업의 경우 고객이 몰린다고 해서 단기간 운영을 위해 서버와 인프라를 증설하기 힘들다. 단기간 쓰고 끝내는 기업용 응모 이벤트의 경우에도 같은 딜레마를 갖고 있다.
최근 모 프랜차이즈 기업의 응모 이벤트의 경우 필자가 설계한 클라우드와 물리적인 SSD 서버 환경에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로 훌륭하게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기존 기업 웹서버 네트워크는 100Mbps 셰어드(Shared) 네트워크였기 때문에 대규모 이벤트를 감당할 수 없었다. 이런 트래픽을 클라우드 인프라로 유도했던 게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다운되는 현상 없이 초당 5,000명 이상 고객이 참여하는 단기간 응모 이벤트를 마무리한 것이다. 기업 입장에선 기존 서비스 인프라에 무리를 주지 않고 안전하고 확장성 있게 클라우드를 활용한 셈이다.
만일 이 프랜차이즈 기업이 여름 이벤트를 기존 인프라에서 강행햇다면 서비스는 다운되고 고객 응모에 대한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을 수 있다. 클라우드는 고객이 서비스 증감에 따라서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기존 물리적인 서버에서 시간적·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인프라에 탄력성을 부여할 수 있다.
◇ 클라우드, 늙어가는 기업 전산의 대안=더구나 기업 입장에선 클라우드는 데이터와 서비스를 신경 쓰지 않더라도 이중화하고 안전하게 백업해주기 때문에 만일의 사태에서도 데이터를 살리는 불씨가 될 수 있다. 얼마 전 모 카드사의 백업 IDC가 화재로 불타자 카드사 전체 서비스가 마비된 사태에서 알 수 있듯 서비스 이중화에 대한 기본적인 설계와 물리적인 공간 분리에 대한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장기간 서비스 중단이라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만일 클라우드, 원칙대로 모든 모바일 서비스까지 이중화로 구성했다면 서비스 중단이라는 사태는 겪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보안 면에서 오래된 운영체제와 웹서버는 잠재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최근 보안 문제로 이슈가 된 오픈SSL(Open SSL)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앞으로 잠재적으로 발생할 이슈는 바로 윈도2003 서버 기술 지원 종료다. 마이크로소프트 서버 운영체제인 윈도2003은 2015년부터 기술 지원을 중단한다. 윈도XP와 마찬가지로 너무 오래된 운영체제인 탓에 기술적 패치가 불가능하고 너무 많은 자원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이런 인프라는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게 물리적인 서버로 이전하는 것보다 앞으로 총 소유비용(TCO)을 낮추고 보안 위험 요인을 줄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클라우드로의 이전을 권한다. 해외 서비스가 있어도 된다면 마이크로소프트 애저가 윈도 서버 통합에 최적의 답이 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서버 운영체제를 항상 최신 버전으로 운영하는 건 인프라 운영비용과 인력 운영에 있어 상당한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이 경우 기업 인프라와 비슷한 환경으로 이전하면서 보안을 강화하는 방법은 기업용 사설 클라우드(private cloud)가 답이 될 수 있다.
클라우드에서 구형 서버 운영체제를 운영할 경우 가상화 단계에서 보안 취약점에 대한 문제를 접근, 제어할 수 있다. 안전한 인프라 운영이 가능한 것이다. 기업용 가상화 기업인 VM웨어의 경우 윈도XP 서비스 종료에 맞춰 이 점을 강조한 기업 마케팅을 하기로 했다.
지금 회사에 근무 중인 40대 초중반 전산 담당자가 구조조정으로 명퇴를 하거나 자발적으로 닭집이라도 차리게 될 경우 기업의 핏줄 같은 서버 인프라가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라. 클라우드는 늙어가는 기업 전산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김호광칼럼니스트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