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2014]중국의 TV 도전 그리고 글로벌 톱2(삼성·LG)의 전략 변화

“퀀텀닷·OLED TV 모두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선 퀀텀닷 TV에 집중하고 이후 OLED를 내놓을 것입니다.”-비비엔니 리 하이센스일본 CEO

“중국업체가 확실히 많이 따라왔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치는(내놓는) 시도를 한다는 점은 놀랍습니다.”-LG전자 TV담당 모 연구원

‘IFA 2014’ 전시 현장에서 나온 얘기다. 중국 TV업계 성장이 무섭다. 더 이상 ‘카피(모방)’했다고만 치부하기에는 기술적으로 많이 올라왔다. 삼성전자 모 TV사업부 담당 임원은 IFA 2014에 이렇다 할 신제품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 중에 하나로 중국업체의 모방을 꼽았다. IFA에 제품을 선보이면 중국업체들이 4개월 후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에 그대로 모방 제품을 들고 나온다는 것이다. 업계는 IFA보다는 CES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 모방이어서 ‘조악한 수준’이라고 폄하했지만 이제는 그 수준이 많이 올라왔다. 당당히 2~3년의 기술격차가 난다는 말도 들리지 않았다. LG전자 TV사업부 한 연구원은 중국 TV에 대해 “여전히 국산 TV를 많이 카피하고 있다”면서도 “문제는 가격을 대폭 낮춰 출시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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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업체 TCL은 110인치 곡면 UHD TV를 `세계 최초`라며 선보였다.

실제로 IFA 2014에서 우리 기업은 TV에서 깜짝쇼를 연출하지 않은 반면 중국업체 TCL과 하이센스는 우리 기업과 라인업이 유사한 가운데 오히려 진화된 LCD TV인 퀀텀닷 TV를 선보였다. 게다가 자부심도 대단했다. 글로벌 1·2위 사업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거의 따라잡았다는 듯 한 확신이 느껴졌다. 팽장 TCL 해외제품기획부 프러덕트매니저는 “퀀텀닷 TV를 12월에 중국에 선보이고 내년 1분기에는 유럽에 출시할 것”이라며 “가격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OLED TV보다 가격은 낮다”고 말했다. 하이센스 관계자도 “내년 2분기에는 중국을 시작으로 퀀텀닷 TV를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 기업과 중국업체간 라인업 차이는 커 보이지 않았다. LG가 주도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도 TCL·하이센스 등 대부분의 중국업체들이 제품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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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TV업체 하이센스는 OLED TV와 퀀텀닷TV(오른쪽)를 비교 전시했다.

곡면 LCD TV를 중국업체 부스에서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곡면과 평면을 오가는 가변형 TV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히려 TCL은 세계 최대 크기의 곡면 UHD TV를 선보이며 기술적 우위를 자랑하기도 했다. 아직 화질측면에서 국내 TV와 비교해 확실히 떨어져 보이지만 110인치 제품을 시연했다는 측면에서는 국내 전문가들도 ‘인정해줘야 한다’는 반응이다.

일본 TV업체에 대해서는 다소 시선이 엇갈린다. 지난 7월 분사와 함께 조직을 대폭 줄인 소니 TV사업부(소니 비쥬얼 프로덕츠)의 곡면 UHD TV에 대해서는 화질과 음질, 디자인 등에서 많이 올라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분사 과정에서 절반 수준으로 인력을 줄여 수익성 측면에서 많이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니 TV사업부는 10년 연속 적자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파나소닉과 도시바에 대해서는 우려의 소리가 들렸다. 중국업체의 낮은 가격정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삼성전자는 곡면(가변형) UHD TV, LG전자는 UHD OLED TV를 주력으로 제시한 가운데 98인치 8K UHD TV가 관심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공식 출시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LG전자는 내년에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UHD TV는 4K(3480×2160)며, 8K(7680×4320) UHD TV는 4K TV보다 4배 더 해상도가 뛰어나다.

한편 중국업체의 공격적 추격에 우리 기업들은 신제품 출시에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누가 처음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적절한 시간에 제품을 내놓는 게 중요하다”며 ‘세계 최초 공개’라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LG전자 관계자도 “괜히 ‘최초’ 경쟁을 하다보면 경쟁사 자극뿐만 아니라 고객이 원하지도 않는 기술을 개발해 내놓게 된다”며 “앞으로는 실질적으로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제품에 포커스를 두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베를린(독일)=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