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재난통신망 이분법적 접근 말아야

지난 몇 개월 동안 많은 사람들은 세월호 사태에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무력감에 힘든 나날을 보냈다. 최근 예측할 수 없는 기상 이변들이 자주 생기고 이에 따른 재난이나 안전사고가 증가해 국민 안전에 대한 기대는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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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쿼터스 좌담회> 한국정보통신대학교 공학부 교수

국민적 요구에 발맞춰 정부는 국가안전처를 설립하고, 미래창조과학부로 하여금 재난통신망 전담 기획연구반을 구성하는 등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대비를 하고 있다.

미국도 2001년 9·11 사태를 겪고 난 후 2012년 퍼스트넷(FirstNet)이라는 국가 재난통신망 관련 전담기구를 설립했으며 일본도 2011년 후쿠시마 사태 이후 재난에 대비하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국제적으로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T)이 재난통신망에 대한 표준을 제정하기 위해 2012년 포커스그룹(Focus Group)을 만들어 지난 6월 재난통신망 구축 방향 전략보고서를 완성했다. 재난통신망에 대한 관심은 비록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의 국가 어젠다가 됐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재난통신망 구축에 700㎒ LTE 주파수를 사용하고, 자가망 중심으로 상용망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결정한 배경은 다시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재난통신망을 위해 700㎒라는 전용 주파수를 할당한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단순히 LTE 방식이라는 무선통신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재난 통신을 위한 전용 무선 주파수를 할당함으로써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확실히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한 차원 높은 공공복지를 실현하겠다는 국민적 공감대의 첫걸음으로 평가할 수 있다.

둘째, 상용망과 자가망 논란에 빠져 다투기보다 다양한 재난 시나리오에 따라 최적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독자망이나 상용망을 선택하는 이분법적인 사고로 재난망을 접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재난이 발생된 지역은 재난통신망이든 상용망이든 관련 모든 통신 시설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재난 발생 지역을 통제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최소한으로라도 유지해야 할 핵심 시설은 어디까지 설정할지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때로는 통신장비나 기지국, 광선로는 통신사업자 망을 이용할 수도 있고 때로는 독립적인 망 형태로 구축해 쓸 수도 있다.

재난통신망 구축 방식에 따른 비용 대비 효과는 기술 발전에 따라 바뀌겠지만 어떠한 재난통신망이라 하더라도 재난 발생 시에 트래픽이 폭주하고 통신망 장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상 상황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 재난 대비 시나리오가 추가될 때마다 재난통신망 구축과 운용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단순히 이분법적 논쟁으로 이 같은 복잡한 상황을 해결하기 어렵다.

특히 상용망 활용 범위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재난통신망을 모두 상용망으로 구축하면 경제성이 없는 지역은 투자가 상대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며 망 운영 효율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상용망 운용 방식은 재난상황에서 정반대 요구사항에 부딪히게 된다.

또 재난발생 시 일반 트래픽과 재난관리 트래픽이 혼재되면 실질적으로 재난 대응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재난을 지휘 통제해야 하는 핵심 부분은 망 안정성을 위해 자가망을 유지해야 한다.

최근 재난통신망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안되고 있다. 국민 모두가 같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란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이러한 사회적 공감대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재난이나 공공 안전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최준균 IT융합연구소장(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jkchoi59@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