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차세대 방송 전략에 정부와 산업계의 온도차가 커지고 있다.
닛케이산업신문은 일본 4K·8K 방송 전략을 바라보는 정부와 방송국 등 업체들 사이에 시각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3일 보도했다. 정부는 단계적으로 고화질 방송 전환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민간 방송국은 투자 효율을 감안해 4K나 8K 중 한 가지 방식을 내심 희망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과 민간업체로 구성된 민관협의회는 지난달 29일 4K·8K 방송 로드맵 마련을 위한 회의를 갖고 이전까지 명시하지 않았던 시험 방송 일정을 정했다.
일본은 오는 2016년부터 시청자가 가장 많은 NHK에서 4K 시험 방송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8K 방송은 당초 예상됐던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보다 앞당긴 2018년부터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차세대 방송에 투자여력이 있는 NHK를 제외한 방송국들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2년 지상파 디지털 방송 시작으로 이미 1조엔을 투자한 바 있어 신규 투자에 신중한 입장이다. 신문은 방송사 관계자를 인용해 4K나 8K 중 하나만 추진했으면 좋겠다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시청자 부담도 문제로 거론된다. 지난 2012년 지상파 디지털 전환으로 새로 TV를 구입한 소비자는 4K와 8K 방송에 맞춰 다시 TV를 교체하거나 튜너 등을 구입해야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소니 관계자는 “사업 기회로 이어지는 것은 환영하지만 실제 수요가 발생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시작한 ‘스카이퍼펙트-JSAT’ 위성방송을 활용한 4K 실험방송 현황도 우려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현재 일본 내 4K TV나 튜너를 갖추고 실험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가정 수가 몇천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된다. 이후 4K가 본격적인 보급기에 접어들 무렵에는 다시 8K 시험방송이 시작돼 시청자 혼란이 야기될 것이란 걱정이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