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서울에 오픈하기로 한 창업지원공간 ‘구글 캠퍼스’가 연일 화제다. 세계 세 번째, 아시아에선 최초다. 국내 스타트업 발전을 위한 희소식이다. 구글 캠퍼스가 서울에 들어선다는 것은 팩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좁게는 아시아, 넓게는 전 세계 창업가가 캠퍼스 서울로 몰린다. 국내 창업자는 캠퍼스 서울을 기반으로 빠르고 효과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다.
분명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난 지금 궁금증이 더 많아지고 있다. ‘창업지원시설은 이미 국내에도 많다’ ‘비슷비슷한 기관이 많아 어떤 차별화를 기할 수 있을까’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무엇일까’ 등이 그것이다.
정식 개관이 내년 상반기인 만큼 구체적이고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만들 시간은 충분하다. 기존 시설과 별 차이가 없다 해도 다다익선, 공간이 늘어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생태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발표 이후 가장 많은 지적은 구글의 진정성이다. 캠퍼스 서울은 스타트업 육성보다는 구글의 생태계 확장을 위한 포석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한마디로 수수료 수익을 얻기 위한 투자란 지적이다.
이런 분석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만은 아니다. 한국은 안드로이드 앱 개발사가 가장 많은 상위 5개국 중 하나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개발사에서 30% 수익을 뗀다. 안드로이드 앱을 많이 만드는 나라에 투자하는 건 구글에도 손해가 아니다.
구글은 캠퍼스 서울 발표 이후 스타트업 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은 일부지만 다수가 의심하면 캠퍼스 서울은 성공할 수 없다. 구글이 강조하는 생태계가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스타트업을 위한 수수료 정책이 필요하다.
대기업이나 수익이 많이 나는 중견 벤처에는 수수료 30%가 합리적 금액이지만 스타트업에는 큰 부담이다. 배를 미리 가르지 말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스타트업을 키워야 한다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 진정성의 첫걸음은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유연한 수수료 정책이 아닐까.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