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평평하다. 정보통신 기술 발달로 세계의 경계는 무너지고 지식과 돈의 흐름이 맹렬하게 국가를 넘나드는 세계화 시대가 왔다. 이 세계 안에서 세상 모든 사람은 세상 모든 다른 사람과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저명 저널리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2006년 그의 저서 ‘세계는 평평하다’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당시 그의 저서는 기술 발달과 세계화가 불러올 세상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두려움과 맞물려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요즘 ‘평평한 세계’라는 표현 자체는 거의 회자되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우리가 인식하지 못 하는 사이, 세계는 계속 평평해지고 있다. 인터넷 보급이 세계화에 속도를 더했다면 스마트폰은 세계화에 날개를 달았다.
최근 몇 년간 우리는 소셜 네트워크나 게임이 스마트폰을 타고 국경을 넘나드는 현상을 목도해 왔다. 우리나라는 세계 온라인게임 종주국이었으나 지금은 앱스토어를 거쳐 밀려들어온 세계 각지의 모바일 게임이 스마트폰에 설치돼 있다. 싸이월드는 잊히고 어느새 사람들은 페이스북을 한다. 철옹성 같던 네이버 검색의 위력도 예전만 못하다. 한국 시장을 다스리던 규제는 ‘세계의 흐름과 맞지 않는다’며 바뀌거나 폐지되는 추세다.
모바일 앱이나 게임 같은 소프트웨어에 이어 이제 실물 상품 거래에서도 국경의 의미가 엷어졌다. 한국 시장을 달구는 해외 직접 구매(직구) 열풍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이 생겨 정보가 누구에게나 투명하고 충분하게 개방되고, 물류가 개선되면서 소비자는 원하는 물건을 더 싼 가격에 더 자유롭게 얻을 수 있게 됐다.
물론 우리 소상공인 역시 이런 변화의 흐름을 타고 세계 무대에서 활동할 기회를 얻었다. 차별화된 상품과 전문 지식, 근성이 있으면 세계 어디나 시장이 될 수 있다.
평평한 세계는 소비자에겐 좋지만 생산자와 판매자를 괴롭게 한다. 한편 모든 생산자나 판매자는 동시에 소비자이기도 하다. 현실로 다가온 ‘평평한 세상’에 적응할 때인 듯하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