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커피브랜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카페베네가 ‘갑의 횡포’를 부린 것이 드러나면서 김선권 대표 경영철학에 `흠집`이 생겼다.
카페베네 김선권 대표는 젊은 CEO로 이목을 끌고 있다. 그는 일본 게임기 시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29세에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론칭하며 성공 신화를 만들었다.
김 대표는 지난 2008년 커피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우려에도 불구, 카페베네를 론칭해 공격적 마케팅을 선보이며 2011년 국내 커피브랜드 1위를 달성했다. 그 후 2012년 국내 브랜드로는 최초로 뉴욕 맨해튼에 매장을 오픈했다.
2010년에 383개였던 가맹점수는 2011년 676개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으며 2013년말 현재 전국에 매장수 850개, 매출액 1762억원으로 업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 지난 7월 17일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카페베네 양주 글로벌 로스팅 플랜트에서 열린 `카페베네 양주 글로벌 로스팅 플랜트 준공기념 간담회`에 참석한 김선권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또한 지난 7월 17일 연간 7700t의 원두를 생산할 수 있는 글로벌 로스팅 플랜트를 양주에 준공했다.
김 대표는 “카페베네는 올 상반기 300여개 해외 매장에 커피 음료와 조제품 등 총 68t 가량의 원두를 수출했다”며 “이는 국내 커피 관련 기업으로서는 최대 규모로 올 상반기 우리나라에서 수출한 전체 원두 물량의 65%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7년까지 전 세계 4000개 매장 오픈을 목표로 각 진출국가별 매장과 제조품 등에 들어가는 원두를 전량 양주 글로벌 플랜트에서 생산할 계획”이라며 “이제 커피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역사를 새로 쓰겠다”고 밝혔다.
▲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왼쪽)·커피 프랜차이즈 매출액(오른쪽) 추이 ⓒ공정거래위원회
이처럼 카페베네는 국내 1위를 넘어 해외에까지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성장과 더불어 홈페이지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청년봉사단, 대한민국 청소년 자원봉사단 후원, 생수사랑회 후원, 사내 봉사동아리 장학금 및 대학발전기금 후원 등 사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카페, 사랑방, 커피가 가지고 있는 공통된 점은 모두 수평적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자유로운 토론과 인간과의 관계인 ‘정(情) 문화’”라면서 “카페베네의 글로벌 성장 키워드로 ‘정(情) 문화’가 어떨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가 불황일 때는 직원, 고객, 협력사 등 서로 간의 모든 관계가 중요하다”며 “카페베네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정(情)·인치(人治)와 같은 사람과의 관계문화가 아닐까 싶다”고 덧붙이는 등 사회공헌이나 사람사이의 관계 등을 강조했다.
▲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지난 5월 28일 카페베네 임직원과 청년봉사단원이 함께 나무심기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카페베네
하지만 지난 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사업법을 위반한 혐의로 카페베네에 과징금 19억 4200만원을 부과하면서 사회공헌이나 사람사이의 관계를 강조한 김 대표의 말이 `허울 좋은 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카페베네가 판촉행사 비용부담을 가맹점주에게 전가하고 인테리어 공사 등의 거래를 강제함으로 가맹사업법을 위반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카페베네는 가맹점 중 40%가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판촉행사 동의를 미루었지만 이를 무시하고 지난 2010년 11월 올레 케이티와 제휴 할인 행사를 시작하면서 카페베네가 부담해야 할 할인비용까지 가맹점에게 전가했다.
또한 2008년 11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총 735개 가맹점 사업자에게 가맹 계약서 및 견적 약정서를 통해 가맹점 개설에 필요한 인터리어 시공, 장비·기기 공급을 지정 업체와만 거래하도록 구속했다.
전국 매장의 내부 분위기의 통일성(빈티지 스타일) 등의 이유로 가맹점주를 구속, 가맹점주가 카페베네 외에 다른 업체를 선택할 수 없도록 했다. 이런 방식으로 카페베네가 4년 가까이 올린 매출액만 1813억원으로 같은 기간 이 회사가 올린 전체 매출액의 55.7%에 해당한다.
▲ 연도별 인테리어 관련 매출액 현황 ⓒ공정거래위원회
카페베네는 공정위가 부과한 19억 4200만원의 과징금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인테리어 공사건은 이미 시정된 문제이며, 본사가 부담하는 판촉비용도 많은데 통신사 제휴 할인건만 부각해 시정명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가 평소 사회공헌과 직원, 고객, 협력사 등 서로의 관계, 인치(人治)를 강조한 것과는 달리 카페베네가 가맹점주들을 상대로 ‘갑의 횡포’를 부린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며 이는 카페베네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대표가 반드시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카페베네는 지난 25일 베트남 호찌민시내 동커이 거리에 베트남 1호점을 오픈하고 22일 육군장병에 아메리카노 1만 5000잔을 지원하는 등의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국내 커피브랜드의 사업 확장과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 등은 반길만한 일이지만 이것이 ‘갑’의 지위를 남용, ‘을’의 숨통을 조이는 방법으로 이뤄져서는 안 될 것이다.
SR타임스
최 정 기자 srtim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