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희망의 불씨를 살리자]<중>경영정상화 조건은?

법원이 팬택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면서 일단 청산 위기는 넘겼지만 아직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여전히 팬택 회생이 불투명하다. 어느 정도 기술 유출을 감수하더라도 해외 매각이 최선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하지만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최우선 방안이다. 대규모 실직 사태를 막고 소비자에 다양한 선택의 권리를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팬택이 살아남아야 할 당위성은 충분하다. 업계는 팬택 경영정상화를 위한 조건을 크게 네 가지로 보고 있다.

우선 법정관리 기간 동안 인력 유출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기업 특성상 조직원의 50%가 연구개발(R&D) 인력인 팬택은 핵심 인재의 이탈을 방치해선 안된다. 경영정상화가 되더라도 R&D 인력이 없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R&D 인력부터 줄이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R&D 인력이 줄어들면 팬택은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팬택 역시 직원 이탈을 막기 위해 순환 유급 휴가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타 제조사에서 팬택 인력 스카우트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협력사 줄도산도 막아야 한다. 제조업 특성상 협력사의 후방 지원은 어느 산업보다 중요하다. 협력사 없이는 단 한 대의 휴대폰도 만들 수 없다. 최근 경기도청이 도 내 팬택 협력사에 300억원 긴급 지원을 밝힌 것처럼 중소기업청을 비롯한 정부 기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팬택이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 팬택은 정부에 단통법 내 보조금 예외 적용을 요청하고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와는 규모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동등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게 팬택의 주장이다. 팬택은 경영정상화 이후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만이라도 팬택 제품에 대해선 보조금 상한을 높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팬택에만 예외 조항을 적용하면 보조금 자체의 불투명성을 거둬내자는 법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단통법 자체가 무력화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팬택의 요구를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팬택 경영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은 무엇보다 이동통신사의 단말기 구매다. 이통사는 이미 쌓인 재고도 많다며 팬택 제품 구매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단말기 구매가 없으면 자금 흐름이 막히기 때문에 현재의 ‘업무 올스톱’이 계속 이어진다. 통신사의 상생노력이 절실하다.

채권단의 추가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새로운 자금 투입과 연구개발이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팬택은 기본적인 저력과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채권단이 추가 투자를 하면 경쟁력 있는 제품이 나올 수 있다”며 “채권단 지원과 소비자 신뢰 회복 없이 무조건 이통사에 단말기를 사달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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